경제·금융

기업 자금난 해소에 역점/「사후약방문」격 경제대책회의

◎한은 유동성 확대로 대출규모 대폭늘려/수출선수금·착수금관련 각종규제 폐지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의 무리한 협상에 따른 후유증으로 금융시스템이 붕괴돼 고려증권이 부도나고 한라그룹이 무너진 뒤에야 후속조치니 뭐니 하며 뒤늦게 허둥대고 있다.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경제대책회의는 IMF와의 협상이 일단락됨에 따라 그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금융시스템의 붕괴와 그에 따른 기업자금난을 완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IMF와의 협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그 결과 우리가 감내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통째로 수용하고 말았다. 9개 종금사에 대한 영업정지 명령이 대표적인 예다. 재경원은 바로 전날 은행에 대해 종금사 지원을 요청해놓고 바로 다음날 영업정지명령을 내림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운 은행들을 더욱 곤경에 빠지게 했고 스스로 정책불신을 조장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금융기관들은 당국을 불신하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됐다. 고려증권·한라그룹 부도로 이어지는 금융시스템의 붕괴는 금융기관 상호간의 불신이 만든 결과일 뿐이다. 재경원이 종금사에 대한 영업정지 명령을 내릴 때 최소한 전날 은행들이 정부의 요구로 이들에게 지원했던 1조4천억원은 보전해준 뒤 발표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이를 간과함으로써 부작용이 더 증폭된 것이다. 기업들도 9개 종합금융회사의 업무정지 조치로 무려 3조4천억원에 달하는 예금이 동결돼 예금잔액이 있으나 돈을 찾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어디에서도 급전을 돌릴 수 없는 형편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처방은 은행들로 하여금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준수시기를 다소 늦추도록 하고 한은의 유동성 지원을 확대해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도록 촉구하는 방향으로 잡혔다. 또 기업들에 대해서는 수출선수금 및 착수금 등에 대한 각종 제한을 완화 또는 폐지, 다소나마 자금난을 덜어주면서 수출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경식 한은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외국금융기관들이 IMF협상의 신속한 타결, 지원규모 등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일부 국내 금융기관에 대해 신용공여를 재개하는 움직임도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아직 관망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정부와 IMF측의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경제가 여전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세금인상, 금융기관 및 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문제 해결 등 경제·사회적으로 마찰이 일어날 소지가 큰 사안들을 반드시 해결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3차 경제대책회의는 이번 회의처럼 「사후약방문」이 돼서는 안된다는 비판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IMF협상의 후유증은 우리 경제를 단기적으로 큰 어려움에 빠뜨릴 것이 분명하나 장기전망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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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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