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에서 7년을 뛴 류현진(26ㆍLA 다저스)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단 두 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의 사상 첫 승. 경기 이후 그가 남긴 말은 "한국에서 던지던 대로 던졌다"였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은 8일(이하 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전(6대2 다저스 승)에 선발 등판해 6과3분의1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시즌 성적은 1승1패 평균자책점 2.13.
류현진은 두 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해내며 선발 투수로서 팀 내 입지를 굳혔다. 그는 조진호(당시 보스턴), 서재응(당시 뉴욕 메츠)에 이어 메이저리그 첫 승을 선발승으로 따낸 역대 세 번째 한국인 투수로 기록됐다. 또 메이저리그에서 1승 이상을 챙긴 아홉 번째 한국인 투수에 이름을 올렸다. 류현진의 1승 추가로 박찬호(124승), 김병현(54승)을 시작으로 한 한국인 투수의 역대 메이저리그 승수는 246승으로 늘었다. 하지만 가장 빛이 나는 숫자는 1이다. 류현진의 승리는 한국 프로야구 출신의 메이저리그 사상 첫 승이며 한국인 투수의 역대 최단 기간 첫 승이다.
◇신무기 슬라이더로 진화한 괴물=3일 샌프란시스코와의 데뷔전에서 6과3분의1이닝 동안 안타를 10개(1자책점ㆍ3실점)나 내줬던 류현진은 이날은 단 3개로 막았다. 1회초 1사 1루에서 앤드루 매커천에게 2점 홈런을 얻어 맞았지만 데뷔 이후 처음으로 내준 이 홈런 한 방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류현진은 홈런을 맞은 뒤로 슬라이더(직구처럼 가다가 바깥쪽으로 흐르는 변화구)를 꺼내 들었다. 2회부터 실점 '0'의 행진을 펼치게 한 신무기였다. 류현진은 데뷔전에서는 직구와 체인지업ㆍ커브를 주로 던졌다. 이날 오른손 타자 몸 쪽으로 파고 드는 슬라이더는 피츠버그 타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101개의 투구 중 16개가 슬라이더였는데 삼진 6개 가운데 3개를 이 구종으로 뺏었다. 6회 2사 후 마이클 맥켄리를 풀 카운트 끝에 돌려 세우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맥켄리는 8구째에 들어 온 슬라이더에 서서 삼진을 당했다. 데뷔전에서 평균 시속 143.5㎞에 머물렀던 직구 구속도 145.5㎞로 2㎞ 빨라졌다. 148㎞였던 직구 최고 구속은 150㎞를 찍었다.
◇매팅리 감독 "류현진은 강한 사자"=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류현진의 노련한 투구를 극찬했다. 그는 "류현진은 어리기만 한 선수가 아니다. 류현진에게서 강한 사자의 느낌을 받는다"면서 "신출내기가 아닌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거친 선수"라며 두터운 신임을 보냈다. 류현진의 호투에 힘입은 다저스는 피츠버그와의 3연전을 싹쓸이하며 시즌 성적 4승2패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경기 이후 "몸을 풀 때부터 슬라이더가 좋았다. 새벽(한국시간)에 이기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약속했는데 지켜서 기쁘다"면서도 "실투가 홈런으로 연결돼 100점이 아닌 80점만 주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14일 애리조나전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류현진은 "타자들이 공격적이니 실투를 줄이고 조심해서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