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도원 결의인가 파행의 전주곡인가

이팔성 회장, 어윤대 회장<br>우리-KB 합병 향한 두 MB맨의 커지는 야심

이팔성 회장

어윤대 회장

'도원결의인가, 파행의 전주곡인가.'

우리금융지주의 매각이 본격화하면서 금융계의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히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움직임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금융이 우리금융의 인수의 최적후보로 거론돼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인 탓이다.


사실 두 지주회사의 합병은 과거에도 그랬듯 단순히 '1+1'이라는 의미를 넘는다. 엄청난 인력 조정과 그에 따른 파열음이 불가피한데다 재무적 요인 등에도 걸림돌이 상당하다. 지난해 매각 작업에서 KB가 후보에 올랐음에도 꼬리는 내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번 매각 작업에서는 이런 '반발 계수'들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현 정권의 말기라는 특수성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계 고위 인사는 "정권 말기에 추동력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있지만 오히려 말기라는 점 때문에 두 회장이 큰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낙하산 최고경영자(CEO)라는 오명을 듣고 지금의 자리에 앉았지만 국내 금융산업에 뭔가 '족적'을 남기기 위해 '큰 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도원결의'론이다. 같은 고대출신이고 MB맨인 두 사람이 역할을 나눠 여론조성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두 회장의 행보는 아직 대조를 이루고 있다. 어 회장은 최근 외부행사를 자제하고 있다. 우리금융 인수와 관련한 그의 발언은 지난달 하순 "KB금융 주주의 이익이 극대화된다면 고려를 해보겠다"는 발언이 마지막이었다. "우리금융인수를 검토해 본 적도 없다"는 종전 발언과 달라 관심을 모았지만 이후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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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 회장은 부쩍 적극적으로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25일 "(우리금융과) KB금융지주가 합병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말한 데 이어 26일에는 "KB금융과 합병을 하든지, 컨소시엄이 인수하든지 상관없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합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해 산은금융지주로의 매각 가능성이 거론될 때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실제 투자금융(IB) 업계에서는 KBㆍ우리금융의 합병과 관련해 자금이나 시너지, 합병 이후 통합 등의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여러 복안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예컨대 '현금+주식교환' 방식의 매각을 할 경우 현금은 4조원 안팎이 들어가 자금 부담은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예비입찰 이후 사모투자펀드(PF)를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여 정부의 지분을 매입하면 정부의 지분도 최소화하고 정부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확정하면 정부지분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신한ㆍ조흥(3년), 하나ㆍ외환(5년)의 경우처럼 통합기간을 길게 가지고 갈 경우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져 인위적 구조조정의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금융지주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은행 인력구조를 보면 베이비붐세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구조인데 5년 정도면 자연퇴직이 늘어 인력도 상당부분 슬림(slim)해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2,000개 가까이 되는 지점은 일부를 떼 내 지점이 필요한 곳에 매각할 수 있는 등 수단은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노조의 반대 움직임을 넘는 것이 가장 걸림돌이다. IB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오는 7월 하순에 입찰을 한 뒤 매각작업을 벌이더라도 대통령 선거 이전에 끝날 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면서 "반대 여론을 최소화하지 않을 경우 결국 대선 전후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리지 않겠느냐. 최근의 발언들은 여론을 가늠해보기 위한 과정 아니냐"고 말했다.

합병을 둘러싼 두 회장의 움직임이 자칫 질곡으로 향하는 '파행의 전주곡'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KB금융도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게 바로 그 부분 아니겠느냐"면서 "자칫하다가는 합병 움직임이 부스럼만 더 키워 두 회장의 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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