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조조정의 특징은 조직이라는 하드웨어보다는 기능이라는 소프트웨어에 무게를 두었다고 볼 수 있다. 조직의 축소도 축소지만 그보다 유사 중복 기능의 통폐합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그렇다해도 정부개혁은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 그린 꼴이 된 것은 분명하다. 작으나 효율적인 정부를 구상했던 당초의 의지와는 달리 중앙인사위원회, 국정홍보처 등 오히려 기구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힘없는 부처만 당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만 보아도 개혁 의지의 후퇴 또는 개혁 정신을 거꾸로 돌렸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을 가지고 곧 정부 개혁의 실패라고 보지는 않는다. 앞으로 어떻게 수습하고 남은 과제를 정리해 가느냐에 따라 성패에 관한 평가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용역비 46억원이 아까운 것은 사실이나 반드시 낭비라고는 보지 않는다. 지난 역대 정권에서 한번이라도 제대로 된 정부 경영평가를 해본적이 없었다. 정부 스스로 자기 평가를 해보았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두고 두고 자료로 사용해도 그만한 의미는 있을 것이다. 과거 주먹구구식 또는 행정편의적,권력 입맛에 맞게 개편을 해본적은 더러 있으나 이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인력과 기구 기능을 조정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결코 낭비라고 할 수는 없다.
이제 남은 과제는 흔들리고 있는 공직 사회를 조속히 안정시키고 철밥통을 깨는 의식의 전환에 있다. 그것은 곧 공무원들이 개혁의 주체가 되고 서비스 기능의 제자리로 돌아가는 일로부터 새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국가 경쟁력의 향상을 위해서도 공직사회의 제자리 찾기는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정부부문 경쟁력에서 한국이 꼴찌권을 맴돌고 있다. 과다 규제와 함께 공직자들의 자세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말해주는 단적인 실례다.
그렇다고 요구만해서는 될일이 아니다. 그들이 솔선해서 앞장서게끔 인센티브를 주지 않으면 안된다. 민간 기업과 같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민간기업 수준의 대우가 필요할 것이다. 공직사회를 장악하지 못하고서 정권의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국민에 대한 서비스나 경쟁력도 안정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