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헌재 “이혼 후 300일 이내 낳은 아이에 전 남편 성 따르게 하는 건 헌법불합치”

이혼 후 300일 내에 낳은 아이에게 전 남편의 성을 따르게 하는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최모씨가 제기한 민법 844조의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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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남편 유모씨와 결혼한 최씨는 2011년 말 이혼에 합의, 이듬해 2월 이혼신고를 마쳤다. 이후 송모씨와 동거에 들어간 최씨는 그 해 말 송씨와의 사이에서 자녀를 낳았고 출생신고를 하려 했다. 하지만 최씨는 아이가 혼인관계종료일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됐기 때문에 아이의 성이 ‘송’이 아닌 전 남편인 ‘유’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혼인성립의 날로부터 200일 후 또는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민법 제844조 2항 때문이었다. 아이가 현 동거인의 성을 따르게 하려면 전 남편을 상대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한 뒤 유전자검사 결과를 증거로 제출해 승소확정판결을 받고 가족관계등록부를 정리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이에 최씨는 “간단하고 저렴한 유전자검사를 통해 친생자 여부를 확실히 밝힐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송비용이 요구되는 친생부인의 소를 거치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이는 전혼(前婚) 해소 후 300일 이전에 출산한 여성과 그 후에 출산한 여성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 출생한 자를 전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친생추정제도는 모자관계와 달리 부자관계의 정확한 증명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 것인데 유전자검사 등을 통해 친자관계 증명이 가능하게 된 현 상황에서 부자관계 입증 곤란은 더 이상 친생추정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며 “(제정 당시와 달리) 사회적으로 이혼·재혼이 늘고 법률적으로 여성의 재혼금지기간도 폐지된 데다 (이혼숙려기간 등의 도입으로) 이혼에 필요한 시간이 상당히 늘어난 이상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아이가 전 남편의 친자일 개연성은 과거에 비하여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조항은) 친자관계를 신속히 정리하고 새로운 가정을 이루려고 하는 당사자의 의사를 도외시하는 결과만 초래한다”며 “사회적·의학적·법률적 사정변경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아무런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300일의 기준만 강요하는 것은 어머니가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헌재는 “단순위헌으로 결정하면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에 대한 친생추정이 즉시 없어져 전 남편의 친생자임이 명확한 경우에도 친생추정이 소멸돼 자녀의 법적 지위에 공백이 발생하게 돼 헌법불합치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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