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법천지 보험시장/정경부 이종석(기자의 눈)

요즘 보험시장 돌아가는 모양새가 꼭 서부시대 활극을 보는 듯 하다.죽느냐 사느냐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비리와 범법을 자행하는 품새가 서부활극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서부활극에는 다만 강력한 보안관이 등장해 중재역할을 맡는 반면 보험시장에는 그럴만한 보안관이 없다는게 차이라면 차이다. 최근 잇따라 적발된 보험업계의 부조리 사례들을 살펴보면 말그대로 무법천지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가명 또는 존재하지도 않는 허구의 인물을 도용해 허위가공계약을 체결, 문민정부 최대의 성과라는 금융실명제를 속없이 우롱했는가 하면 수십억원대의 분식결산을 해놓고도 의례적인 관행에 따른 것이라며 적반하장격의 사설을 늘어놓고 있다. 오히려 이런 사소한(?) 문제들이 공개될 경우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라며 직원들의 입조심에만 더 신경을 쓰는 양상이다. 여기에 덧붙여 최근에는 계약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중간에서 가로채는 대규모 횡령사고까지 발생했다. 총기밀거래와 도박 그리고 은행강도까지 등장하는 초호화판 서부영화를 한편 보고 있는 듯 하다. 문제는 작금의 상황이 내부간의 활극으로 마무리될 단계가 아니라는데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에 따른 시장개방 일정은 더이상 국내보험시장을 서부 활극장으로 내버려 둘 수 없게끔 만들고 있다. 나름대로 이름난 총잡이들이 모두 모여있다고 자부하겠지만 지금 옆동네에서는 최신형 기관총과 박격포로 무장한 더 큰 갱단이 모여 호시탐탐 우리 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감추고 싶은 치부들을 속속들이 드러내 보이며 아전인수의 논리에만 빠져든다면 그나마 활극은 비극으로 끝날게 뻔하다. 지금이 바로 보안관이 등장해야 할 때다. 국내 보험시장의 보안관은 다름아닌 보험감독원이다. 보감원이 무기력하게 범법행위를 방관한다면 보험시장은 내부간의 총격전속에 스스로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늦으나마 보감원이 「OK목장」에 나오는 와이어트보안관처럼 강인한 모습으로 다시 등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활극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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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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