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국 중국 홍콩 싱가포르 호주 등 아태지역 6개국 재무부 및 중앙은행 고위정책회의가 내달 4일 동경에서 처음으로 열린다는 외신보도는 부도 회오리와 「한보비리」로 피멍든 우리들의 자존심에 못질을 하고 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우리나라가 「6개 시장 회합(그룹)」에 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관계자들도 미 월스트리트 저널이 6개 시장그룹을 「아시아판 G7」, 즉 「G6」로 지칭한데 대해 무척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G7회담은 서방 선진7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들이 금융·경제정책을 토의하는 장이다.
이번 회동의 목적에 대해 『지난 94년 12월 멕시코 페소화 폭락사태와 같은 금융공황이 아태지역에서 일어날 경우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기구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미재무관리의 발언도 우리를 겨냥하는 것 같아 불쾌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외무부 재외공관들을 포함한 정부당국이 외신보도가 나갈 때까지 G6 출범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직무태만과 무능력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호주, 일본, 홍콩, 싱가포르는 국제금융시장이 잘 발달돼 있어 92년부터 재무관료들간에 「4개 시장 협의체」가 가동돼 왔다』면서 『다만 우리는 협의체 참여국이 아니기 때문에 논의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재경원 최중경 금융협력담당관은 『일본이 지난 95년 엔고로 몸살을 앓게 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아태 주요외환시장에 협의체 구성을 요청했었지만 두가지 이유로 관망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관망이유중 하나는 국내에 엔·달러시장이 개설돼 있지 않아 우리 나름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다는 점, 다른 하나는 싱가포르 호주 등이 엔 약세때 이익인 반면 우리는 엔고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6개 시장그룹을 단순한 시장협의체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G6가 G7처럼 발전해갈 경우 참여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정부관계자들의 발언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