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Culture&Life] 김종민 한국콘텐츠공제조합 이사장

"미래 경쟁력 핵심… 문화콘텐츠 산업에 돈이 돌게 만들어야죠"


K팝·드라마 등 한류서 보듯 문화콘텐츠 성장성 엄청나지만 민간 투자 여전히 걸음마 단계
정부가 자금출연으로 마중물 역할… 대기업 적극 참여 유도 나서야
장관시절부터 관심 갖고 추진해온 문화융성 선순환 생태계 힘쓸 것


"사람들은 '인문학에 길을 묻는다'고 말합니다. 이는 '콘텐츠에 길을 묻는다'와 같습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채워야 합니다. 무엇으로 채우느냐. 누가 이것을 만들 것인가. 콘텐츠를 만들 사람과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우리 한국콘텐츠공제조합의 역할입니다." 김종민(65·사진) 한국콘텐츠공제조합 이사장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논리도 당당했다.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내기도 한 그가 다시 문화산업 전면에 나섰다. 국내 문화콘텐츠 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공제조합의 이사장으로서다. 과거에 비해 현재 상황에는 좋은 점과 시급한 점이 동시에 있다. 좋은 점은 그가 관계에 있을 때보다 문화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훨씬 좋아졌다는 것이다. 지금은 누구나 게임·영화·음악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영화 '명량'의 성공은 누가 봐도 분명하다. 곤란한 점은 현재 상황이 더 급박해졌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훨씬 앞질러나가고 중국은 우리를 맹추격하고 있다. 한국이 문화산업에서 더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콘텐츠는 그 자체로도 가치를 만들지만 다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훨씬 더 많은 부가가치를 주기도 합니다. 한류를 입힌 화장품이나 전자제품이 외국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화콘텐츠에서 길을 찾자=문화를 산업으로, 먹거리와 일자리를 만들 미래산업으로 여긴다면 그 핵심은 문화콘텐츠 분야에 있다. 바로 스토리에 기반을 둔 영화나 출판·게임·음악·드라마·캐릭터 등이다.

김 이사장은 "제조업이 여전히 중요하기는 하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한국의 미래는 제조업 중심의 2차산업 사회를 넘어 3차산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3차산업으로서 그가 언급한 것은 4대 서비스 산업이라고 부르는 금융·의료·교육 그리고 문화콘텐츠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문화콘텐츠라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금융·의료와 교육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 가장 발달된 분야가 문화콘텐츠라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한국 콘텐츠의 가능성은 한류의 성공이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할리우드의 공세에 맞서 우리 시장을 굳건히 지키고 나아가 해외진출에도 성공한 영화,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게임, K팝, 드라마 등이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문화콘텐츠를 한국 미래산업의 주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에 돈이 돌게 해야=문화콘텐츠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김 이사장은 "우리는 쉽게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의 성공을 말하지만 그 영화에는 무려 5억달러(약 5,00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하지만 우리 영화의 평균 투자비는 30억원에 불과하다. 할리우드와 경쟁을 말하기는 솔직히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즉 우리의 문화콘텐츠 산업을 미래경제의 주력으로 키우려면 이 산업에 돈이 돌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수익이 나는 곳에 자본이 들어간다고 낙관적으로 말하곤 한다. 하지만 오히려 돈이 더 보수적이다. 돈은 습관적으로 익숙한 데로만 간다. 주로 제조업으로 흐른다.

김 이사장은 "국내 콘텐츠 산업은 여전히 초기 수준"이라며 "이런 초기 산업 분야에는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즉 콘텐츠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물론 그냥 줄 수는 없고 그냥 줘서도 안 된다. 될 만한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것이 김 이사장이 주도적으로 설립한 콘텐츠공제조합의 업무다. 될 만한 기업에 대한 보증으로 자금지원을 해 이들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국내 문화콘텐츠 기업들은 여전히 초기 단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문화콘텐츠 기업 10곳 중 6개는 매출 1억원 이하다. 매출액 10억원 미만 기업이 전체의 93.4%를 차지한다. 종사자 규모로 보더라도 직원 10명 미만이 93.9%를 차지한다. 이러한 기업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조달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통해 문화콘텐츠 기업을 설립한다고 해도 곧 자금부족과 조달의 어려움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콘텐츠공제조합의 업무가 이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해도 공제조합의 능력 문제는 남는다. 당초 문화체육관광부는 콘텐츠공제조합이 출범 후 3년간 1,000억원의 자본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출연금 500억원에 민간출자금 500억원으로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활용해 콘텐츠공제조합이 우선 보증지원을 하고 장기적으로 대출·투자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당국의 반대로 계획은 처음부터 틀어졌다. 명목상으로는 민간기구에 재정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난이 이를 부추겼다. 결국 출범 1년이 지난 현재 모은 돈은 90억2,600만원밖에 안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30억원을 내고 네이버가 30억원, 인터파크INT가 5억원을 각각 부담했다. 그리고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25억2,600만원을 모았다. 여전히 정부의 직접지원은 없다. 대기업들은 정부의 출연이 없는 상태에서 더 이상 나서려 하지 않는다. 결국 정부가 먼저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콘텐츠 산업에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1,000억원 정도의 마중물만 있으며 콘텐츠 산업의 시동을 걸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DJ정부 때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투자가 지금의 IT강국을 만들었던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시에는 과잉투자라는 지적이 없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IT한국의 기반을 마련한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콘텐츠공제조합을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받아 기업들의 지원을 늘리려는 것도 김 이사장이 현재 추진 중인 사안이다.

◇일자리, 창업으로 창출=문화콘텐츠 산업이 유망한 것은 자라나는 어린이와 젊은층에 절대적으로 익숙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문화콘텐츠를 만난다. 어려서부터 IT기기에 쉽게 접속하며 애니메이션·게임 등에 익숙하다. 결국 그들이 찾는 일자리는 문화콘텐츠 분야가 되기 쉽다.

김 이사장은 문제가 기성세대에 있다고 봤다. 그는 "부모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따라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일자리를 만들어주려고 한다. 하지만 신세대는 다르다. 그들에게 가장 적당한 일자리를 찾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소규모 창업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즉 개인의 의지에 따라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이제는 장학금이 아닌 창업금을 주도록 하면 어떨까"라며 "그리고 창업장려금을 지원하면서 창업을 장려하는 것이다. 일자리 문제도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 것"=장관까지 지낸 분이 공제조합 이사장을 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문화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공제조합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설립하고 보니 이를 꾸려나갈 사람이 필요했다. 자연스럽게 그가 이사장으로 발탁됐다. 명망과 함께 여전히 산업현장에 있다는 것도 중요한 요소였다. 그는 현재 강원발전연구원장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언론 기고 등 왕성한 활동도 하고 있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지난 1972년 제11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총무처 의정국장, 대통령비서실 행정비서관을 거쳐 1996년 당시 문화체육부 차관이 된다. 1998년 차관직에서 물러난 뒤 한림대 객원교수로 학계에 있다가 1999년에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조직위원회 위원장으로 복귀했다.

김 이사장은 "세계도자기엑스포 행사에 606만명이 다녀가고 흑자로 끝났다. 지역행사(경기도 이천·여주·광주)지만 이런 메가이벤트를 적자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도자기 문화와 산업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고 본다"고 회고했다.

이후 2005년부터 2년간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거쳐 2007년에는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게임문화재단 이사장과 강원발전연구원장을 2010년부터 맡아왔고 지난해 10월에는 한국콘텐츠공제조합 설립을 주도해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2007년 장관 시절에는 문화재정이 전체 국가예산의 1%를 넘기는 것이 목표였는데 지금은 2% 달성이 과제니 많이 발전하긴 했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감은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오는 2015년도 예산안의 문화·체육·관광 분야 총지출은 5조9,772억원으로 정부 총지출의 1.6%를 차지한다. 정부는 2017년까지 이를 2%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김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은 제도나 프로그램으로는 과거보다 잘되고 있다고 본다"며 "이것들이 산업과 생활 속에서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He is…

△1949년 충북 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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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경기고, 서울대 법대 졸업

△1972년 제11회 행정고시 합격

△1992년 총무처 의정국 국장

△1994년 대통령비서실 행정비서관

△1996년 문화체육부 차관

△1998년 한림대 객원교수

△1999년 세계도자기엑스포 조직위원장

△2005년 한국관광공사 사장

△2007년 문화관광부 장관

△2010년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2010년 강원발전연구원 원장

△2013년 한국콘텐츠공제조합 이사장






영세기업도 콘텐츠 뛰어나면 지원받게 대출·지급보증 합리적 심사기준 필요

■ 출범 1년 공제조합 과제는명

11월로 한국콘텐츠공제조합이 공식 출범한 지 1년이 됐다. 우수한 문화콘텐츠를 기획하고도 담보력이 약해 금융권의 대출과 보증심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중소 콘텐츠 기업이 자금을 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콘텐츠공제조합의 역할이다.

콘텐츠공제조합 측은 "중소 콘텐츠 기업들이 주로 예산 규모가 작은 사업들을 수행함에도 영세한 재무구조 때문에 금융지원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은행 등 기존의 금융기관들이 기업과 콘텐츠의 경쟁력을 평가하기보다 재무제표로만 손쉽게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콘텐츠공제조합은 문화콘텐츠 기업에 대한 재무평가와 함께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 평가에 심사 비중을 높게 둔다.

출범 후 지난 1년 동안 콘텐츠공제조합은 조합원으로 302개사를 모았고 보증건수는 202건을 달성했다. 보증규모는 208억4,000만원이다.

규모별로 보면 1억원 이하 보증이 134건으로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특히 출판 분야의 전체 보증(28건) 중 1억원 이하가 93%(26건)를 차지했다. 소규모 문화콘텐츠 기업이 공제조합의 주 이용자인 셈이다.

업종별 보증실적을 분석해보면 모바일게임과 교육게임 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게임 분야가 가장 많은 40건을 차지해 전체의 20%였다. 게임을 비롯해 콘텐츠솔루션·지식정보산업 등 디지털콘텐츠 분야가 80건으로 전체의 40%였다.

이외에 영화·방송·애니메이션 등 영상콘텐츠 분야 보증이 전체의 약 18%(35건), 만화를 포함한 출판 분야가 17%(33건)를 차지했다.

콘텐츠공제조합에 따르면 공제조합이 제공하는 보증상품은 다섯 가지다. 보증을 받으려는 기업은 목적에 따라 입찰, 계약, 하자, 선급금, 지급보증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지난 1년간 국내 문화콘텐츠 기업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상품은 지급보증으로 전체의 65%를 차지했다.

콘텐츠공제조합 측은 "공제조합의 최종 목표는 콘텐츠 기업 간의 상호협력으로 콘텐츠 산업의 자생적 발전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콘텐츠 기업의 경쟁력을 더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심사기준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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