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이라크 사태, 이란 - 사우디 대리전 치닫나

'시아파' 시리아 알카임 공습

이란은 수송기·무인기 보내 알말리키 정권 지원 나서

"내전 원인은 정부 배제정책"… '수니파' 사우디는 반군 옹호


이라크가 이슬람 양대 종파인 시아파와 수니파의 맹주격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리전'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종파 초월의 통합정부 구성'에 대해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단호한 거부 의사를 나타내면서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가운데 자칫 중동 전역이 이슬람 종파전쟁으로 끌려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시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는 전날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州)의 국경도시 알카임을 공습해 이 과정에서 최소 57명의 민간인이 죽고 120명 이상이 사망했다. 알카임은 급진 수니파 단체인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가 주축을 이룬 이라크 반군이 최근 점거한 지역이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시리아 정부가 이라크 국경 안에 군사력을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도 이라크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군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70톤 상당의 군사장비를 실은 비행기를 하루 두 차례 이라크에 보내 알말리키 정권 지원에 나섰다"며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 비행장에 정찰용 무인기를 띄워 통신감청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 인접국 가운데 시아파가 정권을 잡고 있는 이란·시리아가 알말리키 이라크 정권 수호를 위해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이란은 최근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서도 이라크 반군세력의 자금줄이면서 연일 비난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최근 사우디를 직접 겨냥해 "'오일달러'로 테러 활동에 자금을 대는 이슬람 국가들이 있다"고 비판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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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사우디는 이 같은 주장을 "악의적 거짓말"이라고 받아치면서 "현재의 이라크 사태는 알말리키의 '배제정책' 때문에 발생했다"고 이라크 반군 세력을 옹호하고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에 대해 "지난 2년간의 시리아를 사이에 둔 이란·사우디의 대리전이 이라크로 무대를 넓혔다"며 "(이번 사태가) 중동에서 시아·수니파를 이끌고 있는 양국 관계 개선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ISIS 반군은 국경을 넘는 세력을 규합하는 한편 이라크 정부를 굴복시키기 위한 맹렬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시리아 반군 내 알카에다 연계 테러단체인 '알누스라 전선'과 동맹을 맺은 ISIS는 25일 바그다드 북쪽 살라헤딘주(州) 주도인 티크리트 인근 유전지대를 공격해 최소 세 곳의 소규모 유전을 장악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ISIS가 이번에 공격 대상으로 삼은 아질 지역은 하루 석유 생산량이 2만8,000배럴에 달하며 이라크 내 최대 정유시설인 바이지와 터키 제이한으로 이어진 송유관 2개가 연결돼 있다. 이와 함께 반군 측은 같은 날 바그다드 북쪽 90㎞ 지점에 위치한 이라크 최대 공군기지 '캠프 아나콘다'를 공격해 이 과정에서 반군 4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관계자들이 전했다.

앞서 미국 등 국제사회가 요구한 통합정부 구성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알말리키 총리는 돌연 입장을 바꿔 이라크 사태를 더욱 꼬이게 했다. 최근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다음달 1일까지 새 정부 구성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던 알말리키 총리는 이날 국영TV로 방송된 대국민 연설에서 "통합내각을 꾸리라는 일부 정파의 요구는 (투표에 따른 정부 구성을 명시한) 헌법에 위배되는 쿠데타나 마찬가지"라고 일갈했다고 FT는 전했다. 앞서 4월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법치연합이 다수당(전체 328석 중 93석)을 확보한 만큼 이에 충실한 시아파 우위 정부를 꾸리겠다는 것이다.

FT는 쿠르드족 등 반대진영의 말을 인용해 "알말리키의 이번 연설은 이라크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알말리키의 퇴진을 오히려 가속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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