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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국건축문화대상] 사회공공부문 본상, 국립세종도서관

책 첫 장 넘겨 놓은 듯… 권위 벗고 친근함 물씬

국립세종도서관의 외관은 책의 첫 장을 방금 넘긴 듯 곡선으로 구성돼 있다. 앞쪽엔 세종정부종합청사가, 뒤쪽엔 호수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지하1층부터 지상2층까지 한 공간으로 열어 놓아 개방감을 한껏 느끼게 된다. 통유리로 되어 있어 호수가 보이는 자리에 앉으면 탁월한 조망을 누릴 수 있다.


세종특별자치시의 정부종합청사 건물을 따라 걷다 보면 끝자락 쯤에서 국립세종도서관에 닿게 된다. 용의 형상을 따와 지었다는 정부종합청사의 굽이 굽이 흐르는 듯한 물결 무늬 곡선은 자연스럽게 국립세종도서관 건물의 곡선과 이어진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기능을 갖추기 위해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탓에 딱딱하고 권위적인 인상을 갖는 도시가 한결 친근하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정면에서 국립세종도서관 건물을 바라보면 책의 첫 장을 살포시 넘겨 놓은 듯, 책을 읽다 잠시 뒤집어 엎어 놓은 듯한 형태의 부드러운 곡선이 가장 먼저 두 눈에 들어온다. 행복을 느끼는 순간 미소가 번질 때 입가에 나타나는 곡선과 꼭 닮았다. 설계자인 박도권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은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면 전체가 유리창으로 돼 있어 맑은 날 하늘의 푸른빛이 그대로 창 안으로 담긴다. 건물 내부에선 앞쪽 정부종합청사 건물과 뒤쪽 호수공원 전경을 탁 트인 시야로 감상할 수 있다.

국립세종도서관은 'E-Library'를 지향한다. 여기에서 E는 'Emotion' 즉 감성을 의미한다. 행복도시 공공청사 근무자들을 위한 도서관이라는 기본 역할에 더해 지역민들을 위한 열린 도서관, 소통 도서관 역할까지 담당한다. 이에 따라 지역민들을 위한 공간이 도서관 건물을 둘러싼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을 바라보고 섰을 때 왼편엔 물이 흐르는 계단이, 오른편엔 열린 마당이, 뒤편에는 어린이 놀이터와 호수공원이 감싸 안고 있다. 각 공간에서 연인이나 가족들이 앉아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때 도서관이 갖는 가치는 한층 더 높아진다.

내부로 들어가면 벽이나 폐쇄공간 없이 넓게 터서 만든 공간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수평적으로도 공간이 트여 있지만 수직적으로도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한 덩어리로 묶여 있다. 덕분에 방문객들에게 개방감을 주는 동시에 열려 있는 계단을 따라 곳곳에 숨어 있는 공부 공간을 찾는 재미도 제공한다.

다만 열린 공간으로 인한 소음은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에선 소음에 대응하는 '백색 소음'을 인위적으로 발생시켜 소음의 크기를 줄이는 '사운드 마스킹(Sound Masking)'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어린이 놀이터와 연결된 문을 따라 들어갔을 때 나오는 지하 1층은 어린이 도서관으로 꾸며졌다. 오직 어린이들만을 위해 외부 공간과 한 개 층 전체를 제공한 것은 심사 과정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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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과 2층엔 각종 도서와 열람 좌석들이 놓여 있다. 비스듬하게 놓여 있는 직선 책장들과 로비에 분포된 곡선 소파가 건물 외부의 곡선과 만나 독특한 조형감을 불러 일으킨다. 3층은 회의실이 마련돼 있으며 4층은 옥상정원과 식당 등 휴게공간으로 조성돼있다. 4층의 옥상정원을 정 가운데 위치시켜 이를 둘러싼 형태로 위치한 식당, 체력단련실 안에 있는 방문객들이 호수공원을 향한 외부 조망과 옥상정원을 향한 내부조망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자연을 품은 듯한 건축물 모습의 연장선 상에서 건물 운영 방식 역시 최대한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사용되는 에너지의 30% 가량은 태양열과 지열로부터 얻으며 빗물은 따로 모여 청소에 사용된다. 자료실에 놓여 있는 책장과 책상도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다.

"지역민 편하게 찾아와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자 박도권 삼우종합건축 부사장

"지역 주민들에게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는 열린 도서관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국립세종도서관을 설계한 박도권(사진)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은 다른 도서관과 구분되는 차별점으로 '열린 도서관'을 내세웠다. 세종시 공공청사 근무자들을 위한 연구중심도서관이기는 하지만 첫 번째 지역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자 한 의도다.

이에 따라 국립세종도서관은 디자인 컨셉을 Emotion Library, 즉 감성도서관으로 설정하고 지역주민들이 편안하게 찾아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1세대 도서관은 아날로그, 2세대 도서관은 디지털이라면 세종국립도서관은 아날로그의 형태로 디지털을 수용하고 이에 더해 인간의 감성까지 담겠다는 의미다. 박 부사장은 "건축물과 호수공원을 연계시켜 열린 야외 공간을 구현했으며 도서관 저층부에 많은 열람공간과 휴식공간을 배치해 주민들이 쉽게 활용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도서관 대지는 세종시의 문화축과 호수공원 자연축이 만나는 공간에 위치하도록 계획됐다. 또 호수 건너편에서 봤을 때 도서관이 호수공원에 내려앉은 형상으로 보여 세종시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박 부사장은 설계를 진행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독특한 건물 형태 디자인을 꼽았다. 그는 "2차원 설계로는 다루기 어려운 형태여서 3차원 설계인 빔(BIM)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요소를 하나로 일체화시켜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창의적인 디자인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BIM은 평면 설계를 입체적인 3차원 형상으로 구현하는 것으로 고난이도 공사에 도입되는 기법이다.

이러한 노력 덕에 국립세종도서관은 세계 3대 디자인 상 중 하나인 레드 닷 디자인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디자인 정보 전문 웹진인 '디자인붐'이 선정한 세계 10대 도서관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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