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차이나 리포트] "저임금 메리트 사라졌다" 中 떠나는 美기업들 속출

美정부 불황 탈피 위한 장려정책도 유턴에 한몫<br>인건비·원자재 비중 낮은 포드자동차·NCR 등 고부가산업 업체가 주도<br>올들어 中 신규투자도 감소

미국 ATM 생산업체인 NCR 중국본사가 소재해 있는 베이징시 차오양취 러청(樂成) 빌딩 야경. NCR은 최근 국가급 경제개발구인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에 있던 일부 생산라인을 미국 조지아주로 옮겼다.


중국 남부 광둥성 둥관시에 위치한 미국계 이어폰 제조회사인 슬리크 오디오. 이 회사는 최근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이곳 주강 삼각주 지역에 있던 생산 기지를 미국 플로리다주로 이전시켰다. 이 회사는 주력 제품이 개당 3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이어폰이라 원자재ㆍ인건비 비중이 낮은데다 현지 근로자 임금이 날로 상승하면서 중국 특유의 저임 노동력 메리트가 사라졌다고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광저우시 판위구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던 미국계 스포츠 장비회사인 즈챵도 올 상반기에 미국으로 철수했다. '마이컨(Miken)'이란 브랜드로 개당 40~50만원에 고급 탄소섬유 야구배트를 팔고 있는 이 회사는 미국에 공장을 세워도 제품 혁신 등을 통해 승산이 있다고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 중국의 주간지인 양청완바오는 최근호에서 중국 생산비용 급증 등의 여파로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 기업들이 중국 생산기지를 접고 줄줄이 유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얼마 전까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로 찍혀 판매되던 제품들이 '메이드 인 USA'로 바뀌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BCG)사의 시니어 파트너인 씨얼진(希尔金)은 미국 기업의 중국 철수에 대해 "글로벌 제조업의 재편이 이미 시작됐으며 현재는 최초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의 철수는 중국의 인건비 상승 등 현지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지만 미국 정부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국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자국으로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광둥성 대외무역경제협력청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들이 자국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조업의 국내 유치는 물론 기존에 해외에 공장을 두고 있던 기업들의 본토 복귀를 위한 장려 정책을 쓰고 있는 것도 중국에서의 철수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떠나는 지역은 비단 중국의 최대 수출 전진기지인 주강삼각주만이 아니다. 미국 장난감 회사인 웸오(Wham-O)는 그동안 중국 각지에 있는 공장에 맡겼던 훌라후프 등의 생산물량중 50%를 미국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미국의 LED 조명등 제조사인 시스마트 LED도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지만 모든 해외 부문을 본토로 철수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포드자동차도 전미자동차노조(UAW)와의 합의에 따라 중국기업에 맡겨오던 일부 자동차 부품 생산을 미국 본토에서 만들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ATM 생산업체인 NCR사가 일부 ATM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미국 조지아주로 옮겼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미국기업 철수의 특징은 이들 대부분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산업에 속한다는 것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우 제품가격 요소중 인건비와 원자재 비중이 적어서 상대적으로 노동비용 상승이라는 경영환경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데다 제품 차별화를 통해 고가 판매 정책이 가능해 선진국에서의 생산 전략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에서 새로 투자하는 미국 기업 수도 예년 대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월 중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 수는 967개로 전년 동기 대비 5.29% 감소했고 전체 투자 금액도 25억4,500만달러로 동기 대비 14.42% 줄어들었다고 양청완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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