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금융사고에 다시 부는 규제바람


'규제 광풍.'

20일 기자와 만난 금융계의 한 고위인사는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당국의 규제강화 바람을 부추길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가 꺼낸 말이 '규제 광풍'이다. 저축은행 영업정지와 동양·STX 사태 등을 거치면서 계속 이뤄지고 있는 규제강화에 금융산업이 왜곡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당장 2,000만명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로 카드사 제휴업체에 대한 정보제공과 금융지주 계열사 간 정보공유를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2,000만이라는 숫자가 말해주듯 이번 사건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최고경영자(CEO) 문책을 포함해 제도상 미비점은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


하지만 '규제를 더 강화해라'는 쪽으로만 결론이 나서는 곤란하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바꿔야지 무조건적인 규제강화는 예상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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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업체 정보제공을 막으면 제휴사가 비용을 부담하던 부가서비스는 줄 수밖에 없다. 금융지주 간 정보제공은 은행들의 금융지주 전환을 위한 '당근'이었다. 다른 계열사 부실이 은행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게 없으면 지주체제로 갈 이유가 없다.

이뿐인가. 영업정지 사태 이후 저축은행에 은행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적용한 것은 두고두고 저축은행에 부담이 되고 있다.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태를 방관했다는 여론에 밀려 부실 예상 기업을 대상으로 관리계열을 두고 채권은행의 관리를 강화한 것도 대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더 중요한 사례도 있다. 국민은행은 과거 오목교지점에서 발생한 양도성예금증서(CD) 횡령사고로 내부통제를 강화한다며 입출금과 신규, 분실·재발행 업무를 각각 나눴지만 고객 불편만 초래했다.

당국자들은 규제가 편하다. 금융의 특성상 규제했다고 뭐라고 할 사람이 없는 탓이다.

그 사이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밑뿌리부터 말라죽고 있다. 소비자 보호도 중요하고 관련 규정 보완도 좋다. 그러나 앞뒤 재지 않는 규제강화는 피해야 한다. 규제는 생명체와 같아서 늘었으면 늘었지 절대로 줄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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