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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젊은 작가 가운데 하나인 미국작가 헤르난 바스(34)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청담동 PKM트리니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개념미술이 득세하면서 요즘 현대미술계에서는 정작 '진짜 화가'를 만나기가 어려운 상황인지라, 정교하게 손맛이 살아있으면서도 이야기거리가 풍부한 그의 작품은 돋보일 수밖에 없다.
헤르난 바스의 재능을 먼저 알아본 사람은 세계적 영향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컬렉터 루벨(Rubell) 부부였다. 이들은 독일 통일 후 급부상한 '뉴 라이프치히 화파'를 일찌감치 알아봤던 안목있는 컬렉터로 이들의 구입 여부가 작품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만큼 미술시장에서도 막강하다. 바스의 작품은 루벨컬렉션 외에도 뉴욕현대미술관, 휘트니미술관, LA현대미술관 등지에 소장돼 있으며 뉴욕의 브루클린미술관과 리만-머핀갤러리, 런던의 빅토리아 미로갤러리, 파리의 임마누엘 페로탕갤러리 등 최고의 공간에서 개인전이 열렸다. 덕분에 젊은 작가임에도 100호 크기의 작품은 10만불을 웃돈다.
그의 작품세계는 요셉 보이스ㆍ매튜 바니ㆍ바스 얀 아더 같은 동시대 아티스트에게서 받은 영감과 클로드 모네ㆍ윌렘 드쿠닝 같은 앞선 세대 거장들의 화법, 그리고 문학적 인용을 발전시킨 장식적이고 낭만적인 이미지로 구성돼 있다. 특히 19세기 말 영국 문호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을 자신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변화와 불안이 공존하는 현대인의 내밀하고 여린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문학적이면서도 연극적인 그의 화면 속에는 항상 연약한 소년이 등장하는데, 이는 맹목적 사랑을 바라는 사춘기 시절의 열망과 함께 인간 본연의 욕망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그림 속 소년들은 나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정작 나는 내 자신과 최대한 거리를 두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신작 회화에서는 숲에 대한 묘사가 눈길을 끄는데 지극히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오래 들여다 보면 그 안에 감춰진 작가의 조작과 인공적 배치가 숨어있어 더 흥미롭다. 어리지만, 기성작가들이 잃어버린 판타지를 간직한 신세대 작가라는 사실이 이런 부분에서 감지된다. 3년을 기다려 성사된 이번 전시에는 대형 유화 외에도 사진ㆍ영상 등 신작 20여점이 선보였다. 전시는 다음달 20일까지. (02)515-9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