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최대주주와 채권단이 매각 조건으로 구주 50% 외에 1,500억원 규모의 신주도 함께 인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신주 발행 규모가 예상보다 커 현재 진행중인 매각작업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매각을 추진중인 쌍용건설의 최대주주인 캠코(지분율 38.75%)는 구주 50.07% 매각 외에도 1,500억원 규모의 신주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함께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시장에서는 쌍용건설의 신주 발행 규모를 1,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딜 관계자는 “연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가 1,500억원 정도 되다 보니 회사 유동성을 위해 캠코와 채권단이 인수자에게 구주는 물론 신주 1,500억원 인수를 의무화하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내달 만기 도래하는 500억원을 포함해 연말까지 1,550억원의 만기채권이 예정돼 있다. 구주를 매각하면 고스란히 채권단으로 자금이 들어가지만, 신주를 발행하면 회사에 남기 때문에 만기채권 상환 등 운영자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캠코 등은 구주 매각가격은 3개월 시가평균으로 산정하되 구주 인수자가 신주도 전액 인수하는 방안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IB 전문가들은 구주 인수가격은 협상의 여지가 있지만 신주의 경우에는 협상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인수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구주의 경우 밸류에이션 산정이 가능하지만 신주의 경우 애매한 측면이 있다”며 “1,500억원이라는 규모도 인수자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쌍용건설 매각측의 조건을 감안하면 인수자금은 최소 2,300억~2,500억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여기에 구주 경영권 프리미엄 20~30%를 더하면 최대 2,600억원의 인수자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딜 관계자는 “쌍용건설 매각을 위한 컷오프를 통과하기 위한 최소 자금으로 2,300억~2,500억원이 필요하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추가 자금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쌍용건설 인수 전에는 2차례 예비입찰 결과 이랜드가 단독으로 참여해 있다. 본입찰은 오는 29일로 예정돼 있다. 시장에서는 이랜드가 2,600억원대 쌍용건설을 인수하기에는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랜드가 최근 이랜드 패션차이나 홀딩스 지분 일부를 기업공개(IPO)전에 서둘러 매각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매각유찰을 대비해 기존에 참여하지 않았던 업체들 중에 몇 곳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1조1,000억원이던 쌍용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5월말 현재 5,400억원 규모로 줄었고 수주잔고도 8조원에 달해 매출 2조원에 영업이익률 3%를 감안하면 연간 600억원의 영업이익이 가능해 인수매력이 높아졌다”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업체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