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3·4분기 실적 반등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암초가 등장하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영진은 "하반기에는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면서 반드시 경영 목표를 달성하자"고 임직원을 연일 독려하고 있지만 주변 환경이 만만치 않아 단기 목표인 분기별 영업이익 7조원 돌파에 빨간불이 켜졌다.
먼저 반도체 부문을 보면 주력 제품인 D램 가격이 가파른 내림세를 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지난 1년 동안 회사 실적을 사실상 견인하면서 스마트폰을 제치고 효자 역할을 해왔다. 반도체 업황이 흔들리면 전사 실적도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4일 D램익스체인지 등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지난 7월 PC에 쓰이는 D램(4GB·DDR3) 값은 전달 대비 14.6% 내린 20달러50센트선에서 거래됐다. 이는 2013년 9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전성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3·4분기 중 PC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20% 넘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당초 하락폭인 10%를 크게 웃도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서버용 D램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7월 기준 서버용 D램(16GB·DDR3) 값은 전달보다 6.1% 하락해 116달러에 거래됐다. 주요 고객인 구글·애플·아마존 등이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데이터센터에 대한 설비투자비용을 줄이겠다고 밝혀 장차 낙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 등 경쟁업체가 프리미엄 D램 공급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돼 경영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을 보면 러시아 시장에서 돌발 변수가 등장했다. 최근 러시아 이동통신사 두 곳과 전자제품 판매체인 두 곳이 각각 삼성전자 스마트폰 및 태블릿 기기에 대한 주문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 최대 전자제품 판매회사인 '유로셋홀딩' 등이 포함됐다.
삼성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14억6,000만달러 어치의 스마트폰을 팔았고 시장 점유율이 23%에 이를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다. 삼성은 이와 관련해 "현지 이통사와 전자제품 판매사 사이에서 갈등이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주문 중단이 단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으면 애플과의 경쟁에서 기존에 확보한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2·4분기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했으나 당분간 고전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가격 인하 정책이 효과를 보며 판매량을 끌어올렸지만 북미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3·4분기 CE 부문의 영업익이 전 분기보다 1,000억원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반등의 요인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오는 13일 뉴욕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스마트폰 갤럭시노트5다. 삼성은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통상 9월에 공개해왔으나 이번에는 출시 시점을 한 달가량 앞당겨 애플에 정면 대응을 선언했다. 비장의 무기인 '삼성페이'도 9월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가 본격 출시되면 애플에 밀리는 현재 시장 구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게 전자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은 중국 최대 결제사업자인 유니온페이와 손을 잡고 이르면 11월 중국에서도 삼성페이를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또 하나의 '단비'로 등장한 것은 최근 환율이 달러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50원 오르면(원화 약세) 삼성전자의 분기당 영업익은 약 5,500억원가량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