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기업들] 새천년 업종전환 러시

특히 기존 업종에서 확실하게 기반을 닦은 대기업일수록 시대변화에 맞춰 새로운 영역을 넘보며 변신을 꾀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대형 섬유회사들이 『이젠 화학회사로 불러달라』며 변신을 선언한 데 비해 정작 메이저 화학업체들은 생명공학·신소재 등을 승부사업으로 정해놓았다. 일부 정유회사는 아예 E-비즈니스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태세다.◇기업의 주력사업이 바뀌고 있다=LG화학에서 석유화학은 이제 6개 사업본부가운데 하나가 담당하는 일부 업종일 뿐이다. LG화학은 퀴놀론계 항생제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청(FDA) 신약승인 신청을 계기로 생명공학과 정보전자소재로 떼돈을 버는 복합기업임을 분명히 했다. 머지않아 매출은 물론 순이익도 이 부분에서 더 많이 나오게 된다. 한화석유화학도 2010년께는 전체매출의 40%, 경상이익의 60%를 전자부품소재 등 신소재와 생명공학 부문에서 달성한다는 계획 아래 투자를 집중하기로 했다. 화학섬유 업체인 제일모직은 지난 89년 화학제품에 집중 투자한 지 10년여가흘러 매출비중이 절반을 넘어서자 최근 화학업체임을 공식선언했다. 다음해 중반에는 증권시장 업종구분에서 아예 화학쪽으로 옮겨 앉을 계획이다. ㈜코오롱은 2005년께 섬유매출 비중을 30% 이내로 낮추기 위해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고기능성 수지·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화학제품의 비중을 높이고 원료의약품 개발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고합도 섬유업체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석유화학·플랜트 엔지니어링 업체로 변신을 공식화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정유사인 SK㈜는 그룹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E-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700만여명에 달하는 주유소 고객에게 보급한 엔크린보너스카드를 활용하는 인터넷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신약·신물질 등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사업도 21세기 주력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비료회사에서 출발, 아직도 과거의 이미지가 남아 있는 삼성정밀화학은 이제 그룹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생명공학 전문기업으로 변신했다. ◇업종전환은 불가피한 선택=대기업들의 이같은 변신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시대변화에 따른 당연한 선택』이라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최근 기업들의 업종전환 움직임은 과거의 문어발식 팽창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유화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주력업종을 바꾼다지만 전혀 새로운 영역으로 뛰어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과거 업종은 그대로 유지한 채 승부를 걸만한 사업만 골라 집중 투자하는 만큼 모두들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한 점도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특정 분야에 지나치게 몰린다=대부분 기업들이 생명공학과 정보통신에 몰려들어 승부사업을 선언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LG화학 관계자는 『우리는 지난 80년부터 20년여간 생명공학 분야에 막대한 규모로 투자, 이제서야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며 『생명공학이 성공할 경우 황금알을 낳는 거위임은 분명하지만 실패할 확률도 높고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충분한 사업성 검토를 먼저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손동영기자SO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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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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