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명품에 꽂힌 대한민국] <하> 한국 기업들 '명품 프로젝트' 시동

"단숨에 글로벌 명품 반열에"… 유럽 유명 브랜드 M&A 열풍 <br>현지 유통망 그대로 활용 가능, LG패션·코오롱FnC 등 적극 <br>'명품=100년 브랜드 역사' 지속적 투자 뒷받침 돼야



코오롱FnC의 신규사업팀 사무실은 요즘 밤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다. 최근 유럽 재정 위기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탈리아 브랜드를 잡기 위한 밤샘 작업이 한창이다. 얼마 전에는 이탈리아 로마로 M&A 전문가를 급파해 파워 브랜드이면서도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스포츠 및 패션 브랜드 현지 조사를 벌였다. 국내 기업들이 알짜배기 유명 브랜드를 괜찮은 가격에 인수하기 위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해외 명품 브랜드의 공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외 브랜드 인수를 통해 단숨에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 하거나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국내 브랜드를 명품 브랜드의 반열에 올려 놓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유명 브랜드 M&A 열풍= 올 들어 해외 브랜드 인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과거'밀라노 프로젝트'등 국내 브랜드의 해외 시장 진출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는 경험을 비춰볼 때 해외 신규 런칭 보다는 이미 형성된 브랜드의 인지도와 유통망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점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올해 패션업계에서 가장 의미있는 인수건은 휠라코리아의 세계 최대 골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와 이랜드의 이탈리아 가방 브랜드 '만다리나덕'이 꼽힌다. 이들 업체의 목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윈윈 전략이다. 휠라코리아는 타이틀리스트에 의류 사업을 추가해 사업 확장을 꾀하고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등에 업은 휠라코리아는 골프 사업 등으로 지평을 넓힌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해 중국 시장 경영에 남다른 노하우를 확보한 이랜드는 만다리나덕을 앞세워 중국 공세를 강화한 후 만다리나덕의 모국인 이탈리아 등 유럽을 역공하기로 했다. ◇LG패션, 코오롱FnC 등 대기업도 유럽 브랜드 사냥 나서= 국내 패션업체들은 최근 국가 부채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 매물로 나온 현지 브랜드와의 M&A를 통해 해외 진출 전략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제일모직, LG패션, 코오롱FnC 등 국내 패션업체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유럽 브랜드 인수에 앞다퉈 나섰다. 백덕현 코오롱FnC 사장은 "자금부담이 큰 브랜드 보다 경쟁력을 갖춘 작은 브랜드 위주로 찾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의 경우 외국 유명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 유럽 브랜드를 인수할 경우 현지 시장 확대가 한결 쉬워질 것"이라며 "인수 브랜드 모국인 유럽을 베이스 캠프로 삼아 중국을 공략하면 글로벌 시장 장악도 요원하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인수 과정 또는 인수 이후 발생할 문제점을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질적으로'잘 나가는'브랜드는 쉽게 매물로 나오지 않는데다 매물들 대부분이 현금 유동성 문제에 직면해 있어 자칫 덥석 물게 될 경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준환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해외 사업 운영 노하우가 있어야 시너지가 일어나는 데 섣불리 덤벼들었다가는 경험이 부족한 것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트라 등 정부가 앞장서 해외 M&A 매물에 대한 정보를 모니터링 해 수입하고 국내 기업에 제공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M&A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품 브랜드는 역사와 문화가 만든다= 명품에는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다. 따라서 명품 브랜드를 만들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와 품질, 디자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 돼야 한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과 같은 유럽 명품이 2, 3대째 내려오는 장인 정신의 결정체인 것처럼 명품이란 결코 단기간에 형성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라는 것. 제일모직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명품의 헤게모니를 유럽이 가지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빈폴이나 구호 같은 한국 대표 브랜드를 글로벌로 가지고 나가 인정 받고 브랜드 파워를 제고해가는 것만이 정답"이라면서 "한 마디로 브랜드 역사가 바로 명품이기 때문에 '백년지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환 연구위원은 "우리 기업들은 당장의 순익에만 급급해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서 내다파는 식의 상업적 전략을 지양하고 지속적인 투자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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