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VIP 중심 벗어나 일반 고객 늘릴 것

김종준 하나은행장 인터뷰<br>리스크 관리 등 심사기준 더 늦추다간 내부경쟁 불러<br>VIP 중심 수익성 벗어나 서민금융·중기대출 늘릴것


지난 7월25일 열린 하나은행 영업전략회의에서 김종준(사진) 하나은행장은 200여명의 수상자들에게 오죽선 한지부채를 선물했다. 부채에는 '실행이 경쟁력이다'라는 글귀가 들어가 있다. '새로운 전략보다는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실행에 옮기는 게 중요하다(Active HANA)'는 김 행장의 경영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다.

역설적이지만 여느 최고경영자(CEO)와 달리 김 행장만의 경영색깔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는 이런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김 행장은 취임 5개월이 된 지금에야 언론과 첫 인터뷰를 가졌다. 말만 번드르르한 경영자가 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김 행장은 19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도 "경영색깔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떠났을 때 하나은행이 과거보다는 알차고 경쟁력이 강한 은행이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시너지 전략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하나ㆍ외환은행이 한 지붕 아래 있게 돼 규모 면에서는 여느 은행과도 밀리지 않게 돼 이제 순위는 의미가 없다"면서 "두 은행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동시에 서로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전체 임원 워크숍에서 하나ㆍ외환은행이 갖고 있는 강점을 부각시키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전략을 채택하기도 했다.


김 행장은 두 은행의 시너지가 클 것이라는 데 자신했다. "하나ㆍ외환은행은 절묘한 조합입니다. 하나은행은 '리테일'에 강하고 외환은행은 '외환' 부문에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점포가 각각 653개와 357개인데 중복점포가 40여개 불과합니다. 중복점포는 선의의 경쟁을 시키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식으로 부담을 최소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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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윈(win-win)' 플랜도 가동했다. 하나금융지주의 보험상품을 외환은행에서 판매하도록 한 것이나 하나SK클럽카드(하나은행), 2X카드(외환은행)의 교차출시 추진이 시작됐다.

김 행장은 "전산 부문의 통합도 비용절감에서는 상당히 큰 효과가 나오겠지만 시간이 필요한 부문인 만큼 우선 당장 할 수 있는, 예컨대 공동구매나 좋은 상품의 공동개발, 개발된 상품의 공동이용 등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신금리나 리스크 관리 심사기준도 맞춘다. 김 행장은 "한 지붕 아래 두 은행이 있지만 값(금리)은 같아야 한다"면서 "외부와의 경쟁해야 할 환경에서 자칫하다가는 내부경쟁이 될 수 있는 만큼 수신금리나 리스크 관리 심사기준은 이른 시일 내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으로의 금융 영토확장에도 박차를 가한다. 하나금융은 오는 2015년까지 글로벌 '톱50'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중국의 경우 하나은행 중국법인과 16%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길림은행이 교두보다. 길림은행과는 프라이빗뱅킹(PB) 분야나 상품개발 등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 행장은 "이달 말 길림은행 쪽에 하나은행 직원 7명을 파견할 예정"이라면서 "중국의 제도나 규제 등 파악한 뒤 길림은행이 요청한 PB 분야 협력이나 공동상품 개발 등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진출도 '하나ㆍ외환은행'의 역할 분담을 강조했다. 김 행장은 "해외에서도 하나은행은 리테일, 외환은행은 기업 부문의 경쟁력을 갖고 영업을 하고 있는데 역할 분담을 통해 동남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 확보 카드로는 VIP 중심에서 벗어나 일반 고객을 늘리겠다는 뜻을 제시했다. 김 행장은 "과거 하나은행은 덩치가 큰 VIP고객 등에 집중했는데 앞으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반인 대상으로 한 이른바 '활동고객' 유치에 많은 공을 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희망 홀씨대출 확대 등 서민금융이나 중소기업 대출도 늘릴 방침이다. 그는 "중소기업대출도 상반기 1조원 이상 실적을 기록했고 온렌딩 대출 상품은 은행 가운데는 유일하게 1ㆍ4분기에 상반기 한도를 소진했는데 하반기 한도도 8월 모두 소진된다"고 말했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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