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슈 인사이드] 안전사고 위험 커지는데 근본대책은 "헛바퀴"

콩나물 시루 광역버스<br>출퇴근때 정원 200% 달해 고속도로위 대형사고 아찔<br>경기도 노선 증차 요구에 서울시선 "도심 혼잡 가중"<br>중앙부처 조정일정도 미뤄져

경기지역과 서울 도심을 오가는 수도권 광역버스는 출퇴근 시간에 승객들이 집중돼 각종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줄을 서고 기다리던 승객들이 광역버스에 오르고 있다. /서울경제 DB



# 경기 시흥에서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 하는 강민경(27·여)씨는 최근 아침 출근길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정원을 훨씬 넘는 승객들을 태우고 서울 방면으로 달리던 광역버스가 고장으로 도로 한 가운데 멈춰 선 것. 강 씨를 포함한 승객 대부분은 차들이 시속 100km로 달리는 도로에 내려서 뒤따라오는 버스를 기다렸다. 승객 중 일부는 집에 있는 가족에게 전화해서 자가용을 타고 그 자리를 떴지만, 대다수는 차로 갓길에서 무려 40분 동안 뒷차가 오길 기다려야만 했다. # 경기 안산에 사는 이승화(32·남)씨는 아침마다 집 근처 광역버스 정류장을 놔두고 2~3개 정거장을 거슬러 올라가 버스를 탄다. 집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간 제 시간에 출근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씨는 막상 버스를 타서도 회사가 있는 양재동까지 1시간 10분 내내 서서 간다. 그가 이런 불편을 감수하는 것은 몸은 힘들더라도 출근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씨는 가끔 이렇게 혼잡한 상황에서 사고라도 발생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출근 시간대 경기지역과 서울 도심을 오가는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들 광역버스는 출퇴근 시간에 이용객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차내가 극히 혼잡해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지자체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고, 조정 역할을 해야 할 관련 당국은 행정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 지옥 같은 출퇴근길, 사고위험도 높아=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경기 시흥 지역의 유일한 서울 도심권 왕복 광역버스인 A노선을 이용해 출퇴근 하는 한모씨는 아침 출근길을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2008년 11월 개통한 이 노선은 버스 좌석 정원이 40명이지만 출근 시간에 80명에 가까운 승객들이 몰린다. 좌석 대비 승차인원 비율을 뜻하는 혼잡률이 무려 200%에 달한다. 박 씨는 "첫 차를 타도 금방 사람이 차 버스 안전을 위해 센서가 설치된 뒷문 계단과 개폐시 안전에 위험이 있는 앞 문 계단까지 만차 상태로 운행한다"며 "가끔은 숨 쉬는 것 조차 어려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개발연구원이 2009년 10월 경기도에서 서울을 유출입하는 직행좌석형 광역버스 111개 노선의 '1일 승하차 인원'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일 정원초과인원 및 횟수는 상행(서울방면)의 경우 9,045명(829회), 하행(경기방면)은 5,879명(792회)에 달했다. 1일 차내 혼잡도를 시간대 별로 분석한 결과에서는 상행은 오전 7~9시의 입석승차인원이 7,566명으로 전체 입석승차인원의 약 84%를 차지했고 하행은 오후 6~8시의 입석승차인원이 3,132명으로 전체의 53%를 기록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입석승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 대에는 작은 사고가 곧장 대형 인명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광역버스 중 상당수는 서울에 단시간에 접근하기 위해서 고속도로나 고속화도로 등을 이용하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광역버스 차내혼잡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경기 광역버스 노선 중 약 60%가 고속도로를 경유해 서울과 경기를 오가고 있다. 김채만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운전기사가 핸들 조작을 잘못하거나 살짝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큰 인명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현행 도로교통법 상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버스에 정원초과 탑승을 금지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 증차 문제 지자체ㆍ정부 혜안내야 = 출퇴근 시간대 광역버스 이용객 증가에 따라 안전사고의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해당 노선의 증차다. 그러나 경기도 광역버스의 증차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버스 노선이 서울 지역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증차를 할 경우 반드시 서울시의 동의가 필요하다. 서울시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국토해양부의 최종 조정을 거쳐 증차 여부가 결정된다. 현재 서울시는 도심권 교통 혼잡을 이유로 광역버스의 도심 진입 억제정책을 펴고 있다. 서울시의 버스관리과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위성 도시에서 서울 도심으로 들어오려는 광역버스 노선들이 너무 많다"면서 "서울역·강남역처럼 교통량이 많은 혼잡 지역을 택하면 가능한 다른 쪽으로 우회하도록 설득하고 있지만 그래도 계속 고집하면 시로서는 부동의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청의 관계자는 "강남역 방면 노선의 증차 요구에 대해 서울시가 100% 부동의하고 있다"면서 "우리 입장에서는 주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국토부에 조정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토부의 버스노선 조정 심의는 1년에 두 차례 밖에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통상 상반기(5월)와 하반기(11월)로 두 차례 나눠 조정신청을 받는다. 최종 노선 조정 결과는 조정신청 마감일로부터 대략 5~6개월 정도 걸린다. 국토부는 지난달 29일께 2010년 하반기 버스노선 조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단행된 내부 인사로 인해 조정 시기를 잠정 연기해 놓은 상태다. 국토부의 관계자는 "버스노선 조정을 심의할 사업조정위원회가 언제 열릴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증차와 관련해 해당 지자체들은 서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고 이를 조정해야 할 국토부는 내부 사정을 이유로 최종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광역버스 이용객들의 불편과 위험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광역버스의 증차 문제는 어느 한 쪽에서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는 결코 아니다"면서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대전제 하에 지자체들과 관련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혜안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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