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 못하겠다는 이유(사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자유기업센터가 문민정부의 개혁실패 사례를 적시한 보고서를 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늘어나는 재정규모, 비대해지는 정부」라는 제하의 이 보고서는 김영삼정권이 출범 당시 내걸었던 개혁 구상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보고서는 현 정권 탄생후 나라의 살림규모가 매년 증가,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는 당초의 구상은 물건너 간 상태라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규모가 팽창하면서 국민들의 조세 부담률도 높아져 문민정부 초기 18.7%에서 지난해에는 21.2%로 늘었다. 이 정권 출범후 국민소득 연평균 증가율은 12.9%로 낮아졌으나 재정규모의 연평균 증가율은 17.6%로 높아졌다. 정부지출 증가율이 국민소득 증가율 보다 앞서 정부의 씀씀이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문은 정부가 세금외에도 각종 기금이나 부담금 등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을 지나치게 거두어 들이고 있다는 것. 한국사람은 96년 기준으로 1백원을 벌면 35.8원을 정부에 낸다. 항목별로 따지면 1백원을 버는 경우 세금이 32.7원이고 여기에 2.1원의 기금과 1원의 부담금이 더해진다는 것이다. 이를 예산과 결부해 보자. 지난해 정부 예산은 국민총생산(GNP)대비 16.2%다. 이는 국세에 국한한 것으로 지방세를 포함하면 21.2%, 기금을 더하면 34.8%, 부담금까지 합치면 무려 35.8%에 달한다. 이같은 수치는 같은 기준(GNP대비 세금+준조세 또는 기금)으로 경쟁국인 싱가포르(14.4%)나 홍콩(18.0%) 등과 비교할때 턱없이 높다. 사회보장이 잘되고 있는 미국(36.8%)·일본(37.5%)·독일(51.0%)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이 부담금 문제는 문민정부가 들어선이래 여러차례 제기된 이슈다. 올 들어서만도 전경련에서 「부담금 관리 기본법」(가칭)제정을 정부에 요청할 정도였으니까. 정부의 그릇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 대한 기업들의 집단 반발이다. 올 예산에 잡혀있는 부담금 총액만도 4조9천3백24억원에 달한다. 지방자치단체분까지 합하면 5조원을 넘는다. 이 천문학적인 재원이 조세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회의 직접 감시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쯤되면 부담금때문에 기업 못하겠다는 말도 나오게 됐다. 김영삼정권의 임기는 이제 9개월도 채 못남았다. 보고서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작은 정부」공약은 공약으로 그치게 됐다. 오히려 「큰 정부」가 되었다. 남은 임기동안만이라도 국민이나 기업에 불편을 주는 제도를 정비해 나가는 것이 문민정부 마지막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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