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면 위기 상황에서 재정 지출 여력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한국이 재정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이나 남유럽 국가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채무는 내년에 515조2,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이는 환란이 발생한 1997년의 60조3,000억원 대비 8.5배로 증가한 수준이다.
국가채무는 IMF 위기 직후인 1998년에 20조1,000억원, 신용카드 대란 직후인 2004년 37조9,000억원,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에 50조6,000억원이 늘어나는 등 위기를 거치면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내년 명목 국내총생산(GDP)는 약 1,410조원으로 1997년의 506조보다 2.8배로 늘어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국가채무 증가 속도의 ⅓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997년 11.9%에서 내년에는 36.5%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이처럼 높은 수준에 이른 것은 사상 처음으로, 정부는 2015년에도 같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7%, GDP 디플레이터로 1.5%를 설정하고 있다. 내년에는 성장률 3.9%에 GDP 디플레이터로 2.5%를 제시하고 있다.
이런 예측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올해 명목 GDP는 약 1,326조원, 내년 명목 GDP는 1천410조원에 이르게 된다.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인구 증가 속도를 추월하면서 1인당 국가채무도 내년에는 1,000만원을 처음으로 넘어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의 국가채무 예상치인 515조2,000억원을 통계청 추산 총인구수인 5,42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국가채무는 1,022만원에 달한다.
1997년 기준 1인당 국가채무는 131만원으로 이후 7.8배가 늘어난 셈이다.
1인당 국가채무는 2008년 631만원에서 2009년 731만원, 2010년 794만원, 2011년 845만원, 2012년 886만원, 2013년 956만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왔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국가의 역할이 커지면서 채무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한국이 일본이나 남유럽 국가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면서 “국가부채뿐 아니라 제대로 보이지 않는 공공채무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