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통령 선서하는 이 자리에서 하느님과 동포 앞에 나의 직책을 다하기로 더 결심하며 맹세합니다."
1948년 7월 24일.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취임사를 통해 한국의 최고 권좌에 오른다. 그러나 1960년 이른바 4.19혁명을 맞아 하야하게 된다. 그리고 권좌에서 내려온 지 50년이 지났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은 우리 근ㆍ현대사에서 여전히 논쟁적인 인물이다. 초대 대통령으로 건국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남북분단 원인제공자, 독재자라는 평가도 따라다닌다. 한국사의 슬픈 자화상인 셈이다.
이 책은 28년간 언론계에서 일하다 김영삼 대통령시절 공보처장관을 역임했던 저자가 인간이승만 전 대통령을 재조명한 것이다. 저자는 높은 애국심, 지극한 민족애가 이승만 리더십의 동력이었다고 제시한다.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유엔군 사령관 리지 웨이, 미8군 사령관 밴 플리트 등이 내놓은 이승만에 대한 평가도 곁들인다.
저자는 이 책이 이승만을 미화(美化)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화 논쟁을 피하기 위해 이승만의 독재 논란에 대해서도 다양한 정치학자들의 견해를 소개하고 그가 왜 독재로 가게 되는지를 분석해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또 사관이나 이념적 성향에 상관없이 국내ㆍ외의 연구성과를 고루 수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왜 이처럼 논쟁적인 책을 냈을까. 저자는 자신을 생전 이승만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라고 규정하면서 이승만에 대한 균형 잡힌 평가가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 저술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 민족사관의 벽이 높지만 한국인의 공동체 목표의식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기여한 역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저자의 변(辯)이다. "위기관리의 관점에서 보아도 그는 여러모로 강한 지도자였다"는 것이다. 또 "정치지도자로서 이승만은 일생 동안 원칙과 소신, 자신의 철학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면서 정치적 목표를 달성한 강력한 의지의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한국이 선진국 대열로 진입하는 현재의 위상에서 볼 때 이승만의 역사적 기여는 그 의의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이승만의 공과(功過)에 대한 재평가 작업은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이제 이승만 전 대통령 이후의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사의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조우한 지점이라는 관점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조명하는 책"이 저자의 다음 목표다. 전직 언론인의 예리한 필력이 또다시 어떤 결과물로 나올지 기대되고 있다. 3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