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군은 왜 성차별 오명을 스스로 초래하는가

육군사관학교가 생도들의 평가기준을 변경하려다 성차별이라는 역풍을 맞고 있다. 일반학 과목의 가중치는 낮추고 군사학 및 군사훈련·체육 과목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육사의 성적평가 기준 변경에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학업성적이 최우선 평가척도인 여느 대학생들과 달리 군의 핵심 장교가 될 생도들에게는 체력과 리더십, 군인의 소양이 강하게 요구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성차별 논란으로 번진 것은 여성을 차별한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사태들이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공군사관학교는 졸업성적 1위인 여생도가 군사학과 체력검정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대통령상 대신 국무총리상을 주려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철회했다. 숙명여대와 성신여대가 학군군사후보생(ROTC) 군사훈련 평가에서 연속 2회 1위를 차지한 직후 학교별 순위를 폐지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야 할 군이 왜 자꾸 무리수를 두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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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본질적으로 육사생도에 대한 새로운 평가기준은 자체적으로도 문제를 안고 있다. 당장 여생도가 절대적으로 불리해진다. 더욱이 일반학 과목이 74%에서 42%로 낮아지는 대신 군사학과 군사훈련·체육·훈육은 25%에서 49%로 높이겠다는 새 평가방식의 진폭이 커도 너무 크다. 평가를 혁명적으로 바꿔야 할 만큼 다급한 사안이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육사는 논란이 거세지자 적용시기를 1년 늦추기로 했지만 이마저 온당치 않다. 급격한 변화는 육사의 자기부정일 수도 있기에 그렇다. 그동안의 기준대로 성적을 받아 임관된 숱한 장교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보직을 받아왔다는 말인가. 백번 양보해 새로운 기준을 도입하려면 사회적으로 타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군은 특수한 조직임에 틀림없으나 일반국민의 상식을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거센 여풍(女風)이 두려워 꼼수를 쓴다는 의혹을 벗기 위해서도 공청회 등 사회적 여론 수렴과 합의과정을 거쳐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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