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감독당국 수장 '입'에 울상 짓는 금융지주

"은행 저축銀PF 사줄것" 권혁세 금감원장 발언에<br>우리·KB·하나 주가 뚝… 은행권 "오럴해저드"

"오늘 주가 또 떨어지겠군."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나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이 금융권 이슈에 대해 말을 꺼낼 때마다 금융지주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26일 권혁세 금감원장이 "은행들이 4,000억원 규모의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사줄 것"이라고 말했을 때도 우리금융(-1.08%), KB금융(-0.92%), 하나금융(-0.23%)의 주가가 전일 대비 모두 하락했다. 오는 9월까지 자사주를 매각해야 하는 KB금융은 마음이 더 다급하다. 감독당국 수장의 말 한마디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돈이 공중으로 사라진 것. 은행권 관계자들은 아예 "오럴해저드"라고 혀를 내두른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이날 0.64% 상승으로 장을 마감하기는 했지만 PF 매입소식이 전해진 오전에는 전일 대비 최대 1.17%까지 하락했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은행장은 저축은행 PF 4,000억원을 매입해준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하자 "주가가 걱정"이라고 했다. 앞서 18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권 원장은 5개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부동산 PF 부실채권 처리에 특화된 배드뱅크를 설립할 계획이니 은행들이 적극 참여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금융지주사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신한금융(-3.21%), KB금융(-2.9%), 우리금융(-2.84%), 하나금융(-0.98%) 등은 모두 주가가 빠졌다. 금융지주사들의 저축은행 인수 소식이 전해진 1월6일에도 금융지주사들의 주가는 떨어졌다. 이날 범금융권 신년하례회에서 금융지주사들이 앞다퉈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모양새는 자율형식이었지만 당시 김 위원장은 "취임 후 금융권 주요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해 지주사들의 저축은행 인수가 당국과의 사전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금융지주사의 관계자는 "하례회 때도 감독당국 측에서 저축은행 인수에 대한 언질이 있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사 주식을 갖고 있는 회사원 김경은(37)씨는 "당국이 금융권에 협조를 구하는 것은 좋지만 섣부르게 이를 언급해 주가가 빠지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물론 반대로 주가가 올랐을 때도 있었다. 김 위원장이 2월6일 공동인터뷰에서 규제완화를 통해 대형 투자은행(IB)을 육성하겠다고 하자 2월7일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주가가 최고 3%대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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