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새누리당, 깨끗한 보수로 거듭나라

한나라당의 새로운 당명이 '새누리당'으로 확정됐다. 한나라라는 이름으로는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셈법이 작용한 것이지만 자기쇄신 의지를 대내외에 선포하는 뜻이 담겨 있음을 굳이 부인할 이유가 없다. 새롭다는 의미의 '새'와 나라의 또 다른 우리말이면서 나라보다 더 큰 의미인 '누리'가 합쳐진 것이니 새로운 나라, 새로운 세상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지적했지만 이름을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꾸고 나서 얼마나 잘해나가느냐이다. 국민의 지지와 믿음, 당내의 균형과 하모니를 이룰 때 그 이름은 힘을 받고 빛나겠지만 반대의 경우 올 대선 이후 사분오열돼 자취를 감추게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새누리당에 몇 가지를 당부한다. 먼저 '차떼기 돈봉투 정당'으로 상징되는 더러운 이미지를 반성해 자정실천 의지를 대내외에 분명하게 선포하기 바란다. 국민이 한나라당에 실망한 것은 보수라는 가치 때문이 아니라 부패와 부도덕ㆍ뻔뻔함 때문이다. 당명교체를 계기로 새누리당은 '깨끗하고 정직한 보수, 따뜻하고 염치 있는 보수'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관련기사



둘째, '성장'이라는 가치에 대한 존중이다. 외환위기 이전 7%대이던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4%대로 떨어졌고 이제는 3%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속화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낮은 저축ㆍ투자율은 그 수치를 머지않아 2%대로 떨어뜨릴 수 있다. 일찍이 고도의 경제사회 수준을 이룬 북미나 유럽 선진국들조차 여전히 성장을 매우 중시한다. 이제 겨우 개도국 수준을 벗어났고 복지, 통일, 삶의 질, 문화 인프라 등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한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려면 고성장은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다.

세 번째는 '시장경제'다. 2008년 금융위기와 지난해 들불처럼 번진 어큐파이(OCCUPY) 운동을 거치면서 시장자본주의의 문제점들이 드러났지만 그것은 여전히 세계의 중심 시스템이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따라서 독점ㆍ불공정ㆍ탐욕ㆍ양극화 등 시장경제가 노출하는 여러 문제점들은 시장 시스템 자체를 부인하는 쪽이 아니라 그것을 건전하게 다듬어가는 개혁의 발판으로 이해돼야 한다.

간판을 어떻게 바꾸든 아직도 많은 보수층의 기대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은 '보수'의 강령을 삭제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근본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