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른 26일 오후 8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박원순 야권 단일 후보의 우세로 발표되면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야권 단일 후보 캠프는 명암이 엇갈렸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박 후보는 54.4%, 나 후보는 45.2%를 각각 기록하면서 박 후보측은 환호했지만 나 후보측은 당혹해 했다.
◇박, ‘승기 잡았다’ 환호=박원순 후보 선거캠프에서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캠프에 나타난 박 후보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최고위원, 박영선 의원,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기쁨을 나눴다. 지지자들은 연신 ‘박원순ㆍ박원순’을 외치며 승리를 확신했다.
이날 박 후보 측은 오전 투표율이 높게 나타났을 때부터 밝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여야 모두 강하게 결집했기 때문에 끝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다. 특히 2시 현재 29.5%를 기록하는 등 수직 상승하던 투표율이 답보하자 답답해했다. 오후 들어 박 캠프측은 ‘긴급 상황’을 알리고 투표 독려에 들어갔다.
그러나 방송3사는 물론 YTN 출구조사에서도 4%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확인된 8시 10분께 박 후보는 캠프를 방문해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바로 퇴장했다. 박 후보는 실제 당락의 윤곽이 나올 때쯤 다시 캠프를 찾아 지지자들로부터 축하를 받았고 곧이어 시청광장에 나가 대대적인 당선인사를 올렸다. 박선숙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우리는 최대 5% 정도 차이로 이길 것으로 생각했는데 9%는 예상 밖이다”라고 기뻐했고,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변화를 바라는 시민의 바람 결과다”라면서 “강남3구의 결집도 변화의 바람에 덮였다”고 해석했다. 박 후보는 27일 현충원 대신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당선자의 첫 행보를 시작한다.
◇나, 다문 입술, 목멘 목소리=나 후보가 캠프를 찾은 것은 밤 11시가 넘어서였다. 그의 캠프는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9층에 있었지만 그는 그 위층에 있다 사실상 패배가 확정되자 굳은 표정으로 나타났다. 지지자들은 박수를 치며 격려했고 ‘나경원’을 연호했지만 나 후보는 입술을 다물었다. 마이크를 잡고 소감을 밝히려는 순간 그는 한 숨을 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나 후보는 “그동안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더 낮은 자세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에 대해 “새로운 당선자가 서울의 먼 미래를 위해 시정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덕담을 했다. 나 후보는 곧바로 관계자들과 악수한 뒤 캠프를 빠져나갔다.
“져도 2%포인트 안팎이라고 했는데…어안이 벙벙하고 할말을 잃었다”(친이명박계 의원) 이날 나경원 후보 측은 망연자실한 표정 그 자체였다. 오전부터 예상보다 높은 지지율로 인해 긴장하면서도 방송사 출구 조사 결과 한때 나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희망을 가졌다. 48개구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서초구 등 강남 3구의 투표율이 높은 것도 기대치를 높였다. 그러나 저녁 8시께 박진ㆍ이종구 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안형환 대변인ㆍ강승규 비서실장 등 주요 인사들은 출구조사 결과 9.2% 포인트 차고 지고 있다는 발표에 굳은 표정으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몇몇 당직자와 여성 의원은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이 들은 10여분 개표 방송을 지켜보다 곧바로 자리를 떠 비공개 회의에 들어갔다. 강남구와 중구 등 나 후보의 지지세가 높은 곳부터 개표에 들어가면서 우세한 것으로 나오자 환호하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재기해야지. 나경원 파이팅”이라고 서로를 격려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친박근혜계에 속하면서 후보 캠프에서 총괄본부장을 맡은 이성헌 의원은 “어떤 결과든 서울시민의 선택이다. 지면 지는 데로 이기면 이기는 데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뿐”이라고 말했다.
임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