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금연 건물 주변은 너구리굴… 보행자는 숨막힌다

강남 대형 빌딩 이면도로 서울역 등 교통시설 출입구<br>간접흡연 피해 민원 잇달아 "건물안에 흡연실 만들어야"


28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을지로입구역 7~8번 출구 사이 롯데호텔 주변 보도는 삼삼오오 담배를 피우러 나온 사람들이 내뿜는 연기로 가득했다. 흡연자 중에는 지나가다 들른 시민들도 있었지만 바로 옆 백화점과 호텔에서 나온 유니폼 차림의 직원과 쇼핑객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시청과 명동 사이를 오가며 이 구간을 지나는 사람들은 매캐한 담배연기를 피할 수 없어 손으로 입을 막거나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통과했다.

전국의 주요 대형 건물과 공중 이용시설 등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뒤 흡연자들이 담배 피울 곳을 찾아 건물 근처 보도로 몰리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간접흡연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나오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 건물은 흡연실을 반드시 만들어 간접흡연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와 자치구 등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점 주변 보도, 서울역 등 교통시설 출입구, 강남 빌딩숲 이면도로 등 대형 금연건물 주변에서 간접흡연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민원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소공동 롯데호텔의 경우 객실을 제외한 호텔 건물 전체와 호텔 앞 화단 등이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따로 흡연실이 없기 때문에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나 호텔 직원들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우르르 호텔 앞 보도로 나오고 있다. 서울역도 출입구 주변 흡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 열차 내부와 대합실 안 모두 금연구역이라 장시간 이동하며 담배를 참은 사람들이 역사를 나서자마자 담뱃불을 붙이는 것이다.

문제는 대형 건물 주변에서 흡연이 늘면서 비흡연자들을 중심으로 간접흡연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형 사무용 건물이 밀집한 서울시 내 중심가 이면도로에서는 담배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를 않는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민원이 잦은 지역을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보도나 이면도로를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없는 만큼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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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현실적인 대책으로는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 건물에 흡연실을 설치하는 방법이 꼽힌다. 실제 코레일은 서울역 동ㆍ서 출입구에 흡연실 만들기로 확정하고 시공업체 선정 등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있다. 을지로입구역과 맞붙은 삼성화재 본사는 직원들이 내뿜은 담배연기가 역 안으로 들어간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올 초 주차장 쪽에 별도의 흡연실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행 건강증진법에는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고만 규정돼 있어 흡연실 설치가 의무사항은 아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건물마다 흡연실을 만들 공간이 부족한 곳도 있고 건물 내 사람들의 흡연 욕구를 부추겨 금연을 방해한다는 반론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형 건물 주변 보도에서의 간접흡연 피해가 매일 일어나고 있고 흡연율이 갑자기 낮아질 수도 없는 만큼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명동에서 일하는 이승연(32)씨는 "을지로입구역을 지날 때마다 숨이 막힐 지경"이라며 "호텔 안에 흡연구역만 만들어도 이곳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확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흡연실 설치가 강제조항은 아니지만 간접흡연 피해를 일으키는 건물은 스스로 건물 이용자를 위한 흡연실을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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