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철강산업/“내수포화” 불구 무리한 증설경쟁(구조조정 회오리)

◎일부사 투자철회속 대부분 강행/재정긴축·수요위축 상황 더 악화/「부도기업 공급과잉」 가능성 커져굴지의 냉연강판 제조업체인 연합철강은 당초 아산만 고대공단에 설립키로 했던 연산 1백30만톤급 냉연강판 공장계획을 최근 백지화했다. 이 회사는 아산만공장을 포기하는 대신 강관(파이프)사업에서 철수, 부산강관공장을 폐쇄하고 그 자리에 고급제품 위주의 냉연강판 공장을 짓기로 했다. 연합의 결정은 「한계사업 철수-핵심분야 집중」이란 자력구조조정 원칙을 따른 것이다. 철강산업이 구조조정의 급류에 휘말리고 있다. 연합철강의 경우와는 달리, 대부분은 냉혹한 시장질서에 의한 「강제 구조조정」이다. 철강산업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조정기에 돌입한 것이다. 올해초 한보와 삼미의 부도로 불거진 구조조정 회오리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자금지원을 계기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긴축에 따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축소가 철강수요를 얼어붙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강관업종과 특수강을 필두로 전기로, 냉연업체들까지 경영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물건을 팔아 벌어들인 돈으로는 설비투자용 차입금 상환조차 어려워질 형편이다. 철강내수는 이미 포화상태다. 매년 4∼7% 가량의 건실한 성장세를 보여온 철강내수가 지난 92년이후 5년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10월까지의 철강 내수공급량은 3천1백46만5천톤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3천1백75만4천톤에 비해 0.9% 가량 줄었다. 철강업체들은 공급과잉에 따라 내년에는 올해보다 14.3%나 늘어난 1천1백27만톤을 수출해야 공장을 제대로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주수출시장인 동남아의 경기침체에 따라 밀어내기 수출도 기대할 수 없다. 기업들은 그러나 지금도 막연한 기대감속에 묵묵히 공장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내년의 철강생산량은 올해보다 11.9%나 늘어날 전망이다. 냉연강판의 경우 오는 2000년의 생산량이 내수의 2배에 달하게 된다. 전형적인 내수형업종인 철강산업이 수출에 기를 쓰고 매달려야 할 형편이 됐다. 수많은 업체가 물량경쟁에 돌입하다보니 수익성이 좋을리 없다. 포스코경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철강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이 더 큰 이익』이다. 국내 철강기업들의 투하자본이익률은 시중금리만도 못한 8%대에 머물고 있다. 올해초부터 한보와 삼미등 부실기업의 대형사고가 꼬리를 물고 있지만 교통정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대란이 몰고 온 자금시장 경색이 이들 기업 정리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보철강과 기아특수강의 향방은 아직껏 오리무중이다. 한보의 경우 포철과 동국제강이 2조원에 자산만 인수하겠다는 제의를 했지만 은행측과의 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기아특수강은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이 뚜렷한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단지 삼미특수강은 포항제철과 인천제철이 인수경쟁을 벌이고 있어 3자인수의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이런 가운데 다른 철강업체들이 줄부도를 내고 무너질 경우 매물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부도기업 공급과잉」까지 빚어질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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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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