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글로벌 패션기업 경쟁력 배워야


합리적 가격과 품질ㆍ물량 및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패스트패션(SPA) 브랜드들이 잇달아 한국 시장에 정착하며 국내 패션업계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패션 기업에 2년 남짓 근무하면서 느낀 소회는 글로벌 브랜드의 강점을 벤치마킹해야 진정한 국내 패션의 글로벌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1947년 스웨덴의 작은 도시에서 출발한 H&M은 태동부터 '최고의 패션, 품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경영이념을 60년 이상 지켜가고 있다. 이 같은 이념을 바탕으로 각국 진출의 기반을 닦았고 매장 수가 늘어나며 가격 합리화도 가속화됐다. 특히 '품질'을 단순히 제품 자체에 국한시키지 않고 인간과 환경, 공급업체의 노동환경 및 매장 환경에까지 이입시켜 근로자의 이탈을 막고 장기간 파트너십을 유지해 제품력도 높이는 '윈-윈' 효과를 양산했다. 일관된 경영 이념을 확고히 하는 가운데 직원이 즐겁게 일하고 성장할 수 있는 평등한 조직문화를 이룩한 점이 글로벌 패션 브랜드 성공 전략의 핵심인 셈이다. H&M 직원들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한국 매장에 근무하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 직원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들은 신규 진출국의 장ㆍ단기 근무를 통해 H&M의 '대변인' 역할을 하며 열린 태도와 팀워크, 글로벌 H&M 문화를 자연스럽게 퍼뜨린다. 내부 승진 제도를 통해 판매 직원이 머천다이저, 스토어 매니저로 성장하는 성공 사례 역시 보장돼 있어 결속력은 더욱 굳건해진다. 글로벌 SPA가 화두로 자리잡으며 요사이 국내 신규 브랜드는 모두 '한국형 SPA'를 표방하는 것 같다. 한국의 패션 기업들은 뛰어난 패션 감각과 빠른 소비자 반응으로 패션 소비의 수준에 있어서는 충분히 '글로벌'한 수준이다. 하지만 패션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진정한 수준의'글로벌'을 이룩한 기업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글로벌 패션 기업의 경쟁력은 결코 생산ㆍ물류 등 시스템이나 빠른 상품 회전 및 가격경쟁력, 트렌드 주도 등으로 갖춰지지 않는다. 이들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만남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 브랜드들이 양산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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