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1일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생하는 대우조선해양이 앞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한 결과 희망금리 밴드 내로 총 5,000억원이 몰렸다. 지난 2012년 11월 5,000억원 발행에 900억원만 들어와 대량 미매각이 발생했던 점을 고려하면 흥행에 성공했다. 장기물인 5년물에서는 미매각이 발생했지만 3년물에서는 발행 예정금액의 2배가 넘는 자금이 희망금리 밴드 내로 들어왔다.
한 증권사 채권자본시장(DCM)관계자는 "5년물에 대한 수요는 부진했지만 3년물에서 흥행에 성공한 점은 시장이 건설이나 해운 대비 조선업종을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중공업도 5,000억원 발행에 1조2,6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몰린 바 있다.
건설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초 한화건설은 3년 만기 2,100억원에 대한 회사채 수요예측을 했는데 유효수요는 300억원에 불과했다. 이달 줄줄이 회사채 만기 상환을 맞았던 롯데건설·GS건설은 수요예측 부담으로 회사채 발행을 포기하고 내부 현금으로 회사채를 갚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신용평가사들이 건설사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며 회사채 시장에서 설 자리를 좁게 만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주 건설업체에 대한 정기평가를 해 대우건설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떨어뜨렸고 대림산업과 롯데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도 롯데건설·KCC건설·두산건설·코오롱글로벌 등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일부 건설사는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지 않고 조용히 발행할 수 있는 사모사채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수요예측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다. 시공능력 4위 건설회사인 대림산업은 지난달 5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이달 16일에도 300억원의 사모사채를 추가로 발행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금상환도 한계가 있어 건설사들이 다시 회사채 시장을 찾을 텐데 신용등급마저 강등돼 건설 업종의 자금조달 여건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