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테러 없는 세상이 되려면

미국의 끈질긴 노력이 10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 동안 기억 속에 잊혀졌던, 어쩌다 개그 소재로 등장해 웃음을 주던 오사마 빈라덴 사살 소식을 TV 생중계로 알리며 미국 대 테러전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빈 라덴 체포에 손을 놓은 줄만 알았던 미 수사당국은 사실 물밑에선 빈라덴을 집요하게 추적했다. 2008년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테러분자들로부터 빈라덴의 정보를 입수해 거처를 알아낸 뒤 마침내 지난 주말 군사작전을 펼쳐 40여분 만에 빈라덴을 사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가 더욱 안전(safer)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 세계 주요 언론에서 '테러리스트 사살'이라는 헤드라인은 볼 수 있어도 '테러 종식'은 찾을 수 없다. 대다수의 아랍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점조직으로 흩어진 알카에다가 다시 세를 결집해 더 강력한 테러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빈라덴과 인연을 맺은 탈레반이 중동지역을 더 들쑤시고 세계 곳곳이 국지적 테러로 몸살을 앓을 것이란 의견이 다수다.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이러한 테러 악순환의 대책으로 경계 태세 강화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빈라덴은 죽었지만 세계는 다시 9ㆍ11 수준의 공포에 떨어야 하고 더 강력한 경비 체계를 갖춰야 하는 역설에 직면하고 있다. 물론 빈라덴을 심판대에 올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경계 강화만 외칠 경우 알카에다를 자극해 또 다른 테러를 유발하고 세계는 더 큰 공포에 시달려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빈 라덴 사살을 진정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기려면 국제사회는 이번 성과를 아랍사회를 정확히 들여다 보는 기회로, 또 테러리스트를 양산해 내는 아랍 사회구조와 부조리를 이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런 과정이 없다면 오바마의 말대로 세상이 안전해 지기는커녕 국제사회는 또 다른 빈라덴을 잡느라 시간을 허비해야 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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