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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과 유통을 아우르는 아시아 예술의 허브로 거듭나겠다."
김성희(사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예술감독이 오는 9월 극장 개관을 앞두고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동안 예술 형식은 서구의 예술사적 관점에서 규정되고 그 기준에 편입되지 않는 작품은 타자화되고는 했다"며 "정치·경제적 권력이 서구에서 점차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지금 아시아 동시대 예술가들을 집중 발굴·재조명하려 한다"고 밝혔다. 전남 광주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예술극장(공연), 어린이문화원(어린이 콘텐츠), 문화창조원(창·제작), 문화정보원(연구·아카이브·교육), 민주평화교류원(국제교류)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이다. 아시아 동시대 공연예술의 창·제작 활성화와 위상 제고를 목표로 설립된 예술극장은 9월4일 개관과 함께 3주간 아시아 중심의 작가가 만든 퍼포먼스·음악극·연극·영상·무용·오페라 등 33편의 작품을 선보이는 축제를 연다.
아시아예술극장은 '동시대'라는 키워드에 주목한다. 김 감독은 "전 세계의 예술가와 관객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서로 다른 역사도 언어도 아니고 그저 '오늘 이 순간을 살고 있다'는 '동시대'일 것"이라며 "아시아의 젊은 예술가가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로 풀어낸 '오늘의 목소리'에 주목해 이를 관객과 공유하려 한다"고 말했다. 예술가와 예술가, 예술가와 관객의 다양한 관점이 충돌하고 대면함으로써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과 사유의 지평이 넓어지기를 기대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바람이다.
이 같은 바람은 '공동 창·제작'이라는 방법으로 실현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기관과 제작비를 공동 출자하고 동시에 작품의 유통 기회를 확보하는 공동제작 방식으로 창작-유통을 일괄 해결하는 것이다. 김 감독은 "개관 페스티벌 참가작인 싱가포르 예술가 호추니엔의 '만 마리의 호랑이'의 경우 아시아예술극장과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시드니 캐리지웍스, 비엔나 페스티벌이 공동 출자·제작했다"며 "네 곳의 공동제작 기관에서 1차 공연을 하고 이를 본 해외 전문가들이 다시 작품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2년간의 공연 기회를 확보한 상태"라고 전했다. 개관 페스티벌에서 선보이는 30여개의 작품 중 16개의 작품이 이 같은 방식으로 제작됐고 총 40여회의 국제무대 투어가 예정돼 있다. 김 감독은 "전시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한두 번 전시 후 수명이 끝나는 작품이 많았다"며 "'아시아 하이웨이'로 불리는 공동제작-유통 시스템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극장의 지리적 여건에 대해서는 "물론 광주가 수도권보다 인구 밀도가 낮아 장기적인 관객 모집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는 없다"며 "시즌제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광주 시민은 물론 서울 아시아 관객에게 '아시아 예술의 오늘을 보려면 광주로 가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예술극장 개관축제는 9월4~21일 열리며 티켓은 예술극장 홈페이지(www.asianartstheatre.org)에서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