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들썩이는 DMZ 테마주

평화공원 조성 발언 이후 삼영홀딩스·코아스 등 인근땅 소유 상장사 급등<br>변수 많은데 기대 커 과열… 거래소 "꾸준히 예의주시"


"9시, 전쟁은 시작된다. 적이 누군지도 모르고 아군도 없다. 개미 기관 코쟁이들까지 남의 돈 먹겠다고 덤벼드는 곳이 이 판이다."

지난 2009년 개봉한 영화 '작전'에서 주인공 현수는 주식시장을 이렇게 소개한다. "망설이면 누군가는 사버리고 밥 먹는 사이에 팔아치우고 나간다"는 전쟁터. 이렇다 할 정보 없는 개미들은 누군가가 과자부스러기(루머ㆍ정책ㆍ테마)를 툭 던져만 놓아도 순식간에 한데 몰려 베팅을 하고 주가를 띄운다.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테마주ㆍ주가조작 피해의 단골 주연이 개미인 것도 이런 습성과 멀지 않다.


지난해 대선 테마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주식시장이 최근에는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테마주'로 들썩이고 있다. 대선테마주들이 유력 대선주자의 동창, 지인, 사돈의 팔촌, 심지어 등산 중 함께 사진을 찍은 인연(이 사진은 조작으로 밝혀졌음) 같은 인맥이 상승 재료였다면 이번 DMZ 평화공원 테마주들은 '휴전선 근처에 사둔 땅' 덕에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최근 남북관계 해빙 무드 속에 현대상선ㆍ에머슨퍼시픽ㆍ이화전기ㆍ좋은사람들 등 경협주들도 함께 뛰고 있지만 이들은 사업이 대북 관계와 직결된 기업이라는 점에서 '본업과 상관없는 이슈'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DMZ 테마주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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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아스는 13일부터 사흘간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52% 뛰었다. 코아스 주가가 급등한 것은 이 회사가 경기도 파주에 보유한 땅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추석 이산가족 상봉과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공식 제안하고 앞서 북한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9일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의 방북 때 "개성공단이 잘돼야 평화공원 조성도 잘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DMZ 인근 땅을 소유한 코아스가 부각된 것이다. 연천 일대에 땅을 갖고 있는 삼영홀딩스도 최근 나흘간 급등하며 54% 넘게 뛰었고 일신석재ㆍ삼륭물산 등도 DMZ테마주에 묶여 최근 3~4일 사이 40~50% 주가가 상승했다. 심지어 남북 경협이나 관광사업에 관련된 기업들보다 주가가 더 많이 올랐다.

문제는 정부가 검토 중인 공원 조성 지역이 서부ㆍ중부ㆍ동부에 걸쳐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서부전선에서는 판문점 인근 지역(파주), 중부전선에서 철원, 동부전선에서 고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역 선정 이후 상당수 상장사 주가가 실망 매물로 하락할 수 있고 북측이 호응을 해야 관련 협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 개성공단 사태에서 보듯 정치 이슈에 따라 추진 과정에서 논의가 중단될 수 있다는 점 등은 우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본 사업의 성장성, 공원 조성과 관련한 실익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종목 주가가 과열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거래소는 아직까지는 집중 관리 등의 조치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승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1팀장은 "최근 증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종목이 많지 않다 보니 작은 이슈에 연동된 종목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아직까지 지난해 대선 테마주와 같은 양상으로 과열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꾸준히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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