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재생 시스템

孫光植(언론인)애써 우리같은 세대에 이름을 붙이자면 「653세대」다. 60대의 나이로 50년대에 입학했고 태어나기는 30년대였다. 연대기로 기록된 역사의 흐름을 훑어보면 참으로 격변시대를 살아왔다는 느낌이니, 일제시대에 태어나 「가다가나」를 국어로 알고 배우다가 나라를 찾아 제나라 말을 국어로 바꾸었고 6.25동란의 참화를 겪으며 유년기를 보냈다. 4.19와 5.16을 통해 사회적 대변환을 체험했으며 경제개발의 나팔 소리와 더불어 주역세대가 되었다. 인생을 살아 온 배경의 큰 그림들이 이러하니 각자의 삶이 파란만장하다면 파란만장했다 할 수 있겠다. 각자 삶의 궤적에 따라 갈등과 고뇌의 인생이라 할 수도 있겠고 성취와 보람의 일생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모두가 시대의 수혜자이며 성공자는 아니었다. 좌절한 삶, 기회를 박탈당한 인생도 내 주위에서 많이 발견한다. 사회에 나온지 30여년이 흐른 지금 성공자들과 실패자들은 이제 다시 한 흐름속에 동화되고 있다. 생리학적 연령이 은퇴의 시기에 도달했다는 점도 있겠지만 구조조정의 태풍 속에 모두들 무대에서 고별사를 고하고 그야말로「평등한 신분」으로 돌아 가고 있는 터다. 돈도 권력도 섹스도 서서히 인생의 관심사에서 퇴장한다. 사적으로는 가족의 문제가 관심이며 공적으로는 사회봉사가 모임의 화두가 된다. 비록 저명 인사가 아니더라도 인생에 무엇을 남기고 가려느냐는 물음은 그래서 누구나 떠올리는 생각이 아닐까 본다. 어제까지 경제계에서 내로라하던 CEO들이 백수신세가 되거나 고문이라는 직함 하나를 얻어가지고 마지막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세대는 공유하고 있는 그 무엇이 있을 것 같다. 숨차게 살아왔던 지난 날 속에 매몰되었던 이상들이다. 어쩌면 그런 이상들을 매몰시킨 것은 시대적 상황과 현실 때문일 것이다. 이 땅의 기업세계도 예외없이 열린 사회는 아니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시장적 경쟁, 총수중심의 명령경영, 외형중심의 평가체제, 오너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 이런 환경와 여건은 그들이 추구하려 했던 「기업세상」을 오직 상상의 산물로 만들어 버렸다. 나는 다이너마이트 모양을 한 아이스크림을 만들지 못하겠다고 버티다가 사장자리를 내놓은 CEO를 알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려고 10조가 넘는 돈을 퍼붓고 있다고 한다. 은퇴하는 경험세대가 원하는 것은 그런 자리와 봉급이 아니다. 일하는 기회이다. 21세기는 시스템의 시대라고 하는데 이들 세대를 위해 새 시스템 구축에 돈 좀 쓸 용의가 있는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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