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수필] 증시와 카지노

그러면 토요일쯤엔 좀 밑천을 두둑이 갖고 카지노로 몰려들 간다. 지난번엔 밑천이 적어 푼돈밖에 못 먹었는데 이번엔 좀 크게 먹으리라는 희망을 안고서다.그러나 토요일은 십중팔구 깨어진다. 지난번 딴 것에 새밑천까지 깨끗이 털리고 온다. 하도 억울하여 수요일쯤 다시 가보면 그때는 또 조금씩 딴다. 그러나 토요일엔 영락없이 잃는다. 이유인즉 손님을 끌기 위해 주중은 키지노측에서 약간 풀어주고 주말엔 왕창 거둬들인다 한다. 요즘은 통 가본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카지노의 돈흐름은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생각해보면 뻔하다. 카지노는 시설을 해놓고 사람을 써서 운용을 하는 것이니 장기적으론 돈을 따야 한다. 그것이 7대3이냐, 6대4냐 하는 확률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떻든 손님의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와야 카지노가 유지될 것이다. 그래서 카지노에 갈땐 즐기는 기분으로 일정액의 손실한도를 정해 놓고 가야지 욱하는 기분에 결사적으로 붙어선 큰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요즘 주식투자도 비슷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카지노와 달리 주식투자는 그대로 제로섬 게임은 아니지만 길게 보면 잃는 사람, 따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주가가 계속 올라가면 모두가 딸 수 있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가파르게 오르면 급히 떨어지게 되어 있다. 그틈에 잘못 끼이면 피바가지를 쓰는 것이다. 요즘은 외국의 전문가들과 같이 게임을 해야 한다. 정보력도 분석력도 떨어지는 아마추어들이 함부로 덤볐다간 피보기 십상이다. 더러 단타매매(短打賣買)로 약은 듯이 치고 빠지면서 돈을 버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오래갈까. 요즘 푼돈 좀 땄다고 의기양양한 사람 많은데 그러다가 큰 손해본 사람 많이 봤다. 요즘 증시를 보면 옛날 카지노 생각이 난다. /崔禹錫(삼성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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