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기대감에 미국 등 글로벌증시가 상승세를 보이지만 원자재시장은 여전히 '한겨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주요 헤지펀드들은 경기회복에 힘입어 원자재 수요가 다소 늘더라도 공급과잉 우려로 상품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투자자산을 대거 처분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원자재시장 랠리 가능성을 예측한 헤지펀드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며 "주요 18개 상품 중 12개가 공급과잉 상태를 보여 당분간 랠리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5일 기준으로 한 주 동안 18개 미국 상품선물ㆍ옵션에 대한 순매수 포지션을 9.2% 줄였다. 이는 2009년 3월 이래 최저 수준이다.
헤지펀드들은 구리 투자규모를 4년 만에 최저치로 줄였으며 커피ㆍ설탕ㆍ밀ㆍ천연가스 등 다른 원자재도 팔아 치우고 있다. 시카고 소재 BMO사모뱅크의 잭 앨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기회복으로 상품수요가 증가하더라도 공급이 더 늘어나면서 가격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자산투자 통계기관인 EPFR글로벌에 따르면 올 들어 투자가들은 상품시장에서 46억6,000만달러를 회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0억5,0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던 것과 대조된다. 비록 골드만삭스가 최근 상품시장에 대한 3개월 투자전망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했지만 대다수 투자은행(IB)은 가격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경기 회복세가 지지부진한 반면 원자재 재고는 갈수록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원유소비 1위국인 미국의 원유 재고는 지난해 6월 말 이래 최고 수준이고 구리 공급량은 2003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밀ㆍ콩의 글로벌 재고 전망도 한달 전보다 수치가 높아졌다.
세계 최대 금속수입 국가인 중국의 상황도 좋지 않다. 중국의 철강 재고는 올 들어 86% 증가했고 구리 수입은 1년 전보다 38% 추락해 20개월 만의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올해 전세계 금속 공급량이 5만6,000톤가량 수요를 능가하고 아연은 27만3,000톤, 알루미늄은 182만톤가량의 공급우위가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블룸버그는 "곡물ㆍ금 등 주요 원자재시장의 상황이 모두 비슷하다"며 "(달러 하락기였던) 지난 몇 년 동안에는 리스크 회피를 위해 상품 등으로 투자자산을 다양화했지만 공급과잉 우려에다 최근 달러 절상으로 (달러화로 표시된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오르면서) 투자가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