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칼럼] 챙겨주는 친구 있나요


한국에 온지 3년째 매해 반복해서 들리는 안타까운 소식 중에 하나는 어려운 대학 입시를 통과한 대학생이 하룻밤 과음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특히 봄ㆍ가을의 대학 축제에서 이런 사고가 많이 생긴다고 들었다. 나 역시도 비슷한 나이의 아들을 가진 아버지 입장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

한국 대학생 집단에서 음주와 관련된 문제는 주변 친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것과 연관이 있다고 알고 있다. 대학생은 또래 친구, 선배들과의 관계 속에서 사회적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학생 음주 문제는 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적인 관계에서 형성되므로 이를 예방하거나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근본적으로 음주는 '즐기기 위한 것'이라는 태도와 가치를 공유하고 건전한 음주 문화를 만드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라고 판단된다. 이는 대학 시절에 형성된 잘못된 음주 습관이나 관념이 사회로 진출한 후에도 유지되기 쉽기 때문에 안전한 음주 문화를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 한국 대학 축제가 달라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매년 반복되는 음주 사건사고를 줄이기 위해 대학생들이 자발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예 주점이나 술이 없는 축제를 실행한 학교도 있고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고 한다. 실행 여부를 떠나 무엇보다 젊은 학생들이 현재 음주 문화에 대해 스스로 문제를 인식, 제기하고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시도했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대학축제 시기 학생 음주사고 잇따라


필자가 몸담고 있는 페르노리카코리아도 대학생의 잘못된 음주 습관을 바로잡기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체크-메이트 캠페인'을 론칭하며 청년들의 무분별한 음주를 방지하고 책임음주를 장려하기 위한 잰걸음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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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메이트 캠페인은 대학생들의 인식 제고를 위해 2012년에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시행했던 대학생 책임음주 공모전의 수상작 중 고려대학교 '에잇노트팀'의 제안을 구체화해 실행하게 된 것이다. 올해는 대학생과 함께 고민해낸 아이디어를 대학생의 참여ㆍ실천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대학생 책임 음주 캠페인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믿는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책임음주 캠페인 슬로건인 '챙겨주는 친구, 체크-메이트'는 술자리에서는 적정량의 술을 바르게 마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음주 후 안전한 귀가와 다음날 상태까지 서로 챙겨주는 친구를 뜻한다. 술자리에서 동석한 친구나 선배들이 곁에 있는 친구에게 관심을 갖고 술을 마신다면 안타까운 사고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다. 또한 그동안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이 술을 잘 마시는 것으로 잘못 인식돼온 점에 대해 자신의 알코올 소화 능력을 고려해 적절한 양을 바르게 마시는 것이 술을 잘 마시는 것이라는 책임음주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내용이다.

사실 책임음주는 페르노리카 글로벌그룹 차원에서도 중점을 두고 있는 활동이기도 하다. 페르노리카그룹은 1971년부터 40여년이 넘도록 알코올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책임음주 문화를 장려해오고 있다.

책임음주 운동 '체크메이트' 확산돼야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페르노리카그룹과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이런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기업의 역할에 대해 성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소비자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로 그 기업을 평가했던 반면 현재 진화된 소비자는 시대적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직접 행동하는 기업을 가치 있게 평가하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 소비자와 공존하기 위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또한 진화해야 한다. 과거의 단순한 필란트로피, 즉 물적 기부나 인적 봉사 형태의 사회공헌활동은 기본적인 의미를 넘어설 수는 없다. 각 기업의 문화와 정체성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와 공존해야만 기업이 더 나은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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