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중소 휴대폰 제조업체로 '벤처 신화'를 일군 팬택이 역사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3차례의 공개 매각에도 적정한 인수자를 찾지 못한 탓이다.
법정관리중인 팬택은 26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신청은 법정관리인인 이준우 대표이사 이름으로 접수됐다.
팬택은 "지난 10개월간 다각도로 매각 노력을 기울였으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주는 적합한 인수대상자를 찾지 못했다"며 "더 이상은 기업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폐지 신청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팬택은 지난해 8월 적자 누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독자회생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3차례에 걸쳐 매각절차를 진행했으나, 자금력을 가진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휴대폰 시장을 삼성전자, 애플 등 대기업이 잠식하는데다 중국 휴대폰 업체까지 부상해 인수 매력이 떨어졌다. 해외 판로가 없고 국내 시장 점유율도 미미해 인수에 따른 이익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중국기업, SK그룹 등 유력하게 거론된 인수후보자가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은 것도 이런 휴대폰 시장의 지형 변화를 감안했다는 얘기다.
법원은 향후 팬택의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어 회생계획안 인가 전 폐지(임의적 파산선고)를 결정한다. 법원이 파산을 결정하면 채권자들은 파산법에 따라 팬택의 자산을 분배받고 팬택은 사라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의 최종 결정까지는 20여일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때까지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팬택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2~3주 가량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듣고 폐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특별한 의견이 없으면 주요 자산을 매각하고 채권자에게 배당하는 절차를 거쳐 회사를 없앤다"고 말했다.
정보통신(IT)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금속재질의 '메탈폰' 등을 출시하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팬택의 파산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크다.대기업 못지 않은 성능과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값싼 휴대폰을 생산해온 업체가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줄어들게 됐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팬택은 지금까지 휴대폰 시장에서 파괴적인 디자인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왔다"며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도 자금력 부족으로 회사를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