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금융 투명성확보 시급/한보부도로 본 「정부 기간산업지원」

◎자의적 집행 … 특혜시비 불보듯/폭·실시·방법 등 명확히 규정을경제정책적 측면에서 금융관여는 어느선까지이고 그 방법은 어떠해야하는가. 국가경제차원에서 한정된 금융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운용을 위해서는 정부의 일정 수준의 관여가 불가피하지만 정부의 관여가 압력으로 탈색되지않기위해서는 그 방법이 투명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승수 부총리, 이석채 청와대 경제수석, 이수휴 은행감독원장 등 정책당국자들은 지난달 27일 일제히 기자회견에서 한보철강에 대한 은행대출에 대해 「기간산업에 대한 경제정책차원」에서 「부도에 따른 전반적인 경제파급」을 우려해 한보철강에 대한 은행권의 지원을 고려했다는 언급을 했다. 대출압력을 가했다는 이야기는 부인했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정책당국에선 대출행위간여를 국가경제를 위한 경제정책으로 설명하는 반면 많은 사람들은 이를 사실상 대출을 위한 외압으로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말대로 정부가 국가경제에 영향이 큰 기업의 도산을 방치할 수는 없다. 기업의 연쇄도산 등 국가경제를 흔들만한 대기업의 도산을 정부가 손놓고 구경만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한보의 예처럼 개입할 경우에는 특혜시비가 나도는 모순된 현상은 무엇 때문일까. 이에대해 정부의 간여가 잦으면서도 관여폭과 방법에 대한 일관된 원칙이 없고 정책집행의 투명성이 부족해 자의성이 개입될 소지가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수석은 지난달 27일 청와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한보철강에 대한 특혜대출시비와 관련, 한보의 부도가능성으로 경제전반에 엄청난 파급이 우려되는 지난해 12월이후 부도를 막기위해 수천억원대의 은행대출에 일정부문 간여한 사실을 시인했다. 정부도움으로 회생한 미국 크라이슬러사의 경우를 「금융간여 정책」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예로 들었다. 이수석은 또 같은날 모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도산한 우성에 대한 특혜대출시비와 관련, 『건설업계가 도산러시를 이루는 가운데 경제적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재경원의 정책결정이었을 뿐이다』면서 『정책과 비리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수석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바로 대출협조요구 등 금융간여 정책의 결정과정과 집행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성이나 한보에 대한 대출의 경우 정부가 이를 국민들에게 발표하고 양해를 구하거나 문서로 은행에 협조를 요청한 사실은 전혀없다. 몇몇 관계자들이 방향을 결정한 뒤 은행에 전화를 하거나 간접적인 신호를 보내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제일은행 등 금융단은 95년 5월부터 우성이 부도가 난 96년 1월18일까지 정부지시로 2천1백억원의 협조융자를 실시하면서 외부압력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의미로 이를 「협박융자」라 불렀다. 정책을 실시한 정부는 2천억원의 부실대출이 추가로 발생했는데도 책임자는 하나도 없고 은행만 손해를 봤다. 당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정책방향인지 압력인지 구별도 안가기때문이다. 이수석이 예로든 크라이슬러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금융지원은 이와관련, 시사점이 많다. 미국은 정부당국자가 고용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크라이슬러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밝히고 협조를 요청했다. 은행에 대출을 해줄 것을 막무가내로 요청하지 않고 정부가 보증을 서주는 형태로 대출을 알선했다. 국가경제를 위해 특정기업에 대해 금융지원을 하려면 정부가 정정당당하게 이를 밝히고 부담도 은행이 아닌 정부가 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래야만 국민과 국회에 의해 특혜가 아닌 정책임이 검증될 수 있다. 국가경제, 전략산업지원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면 정부개입에 대한 폭과 시기, 구체적인 방법 등을 투명하게 정리해 실시해야지 자의적인 정책집행에 따른 불필요한 특혜 시비가 사라지고 금융의 자율성도 회복된다는 지적이다.<최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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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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