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over story] 복합기업으로 턴하는 대기업… 다른업종 공략해 미래먹거리 찾는다

삼성전자-바이오<br>LG전자-수처리<br>현대제철-소재개발<br>주력 제품 사이클 한계 도달하자 신성장동력 발굴… 전통 경쟁개념 마저 무너뜨려



현대제철 하면 떠오르는 것이 철강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최근 섬유업종의 전유물인 자동차용 첨단소재 개발을 선언했다. 전자업종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도 '전자'로 국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전자 외에도 바이오, 의료기기,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 이종 산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기술을 연구하는 종합기술원에서는 아예 이종 산업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회사 이름만 갖고는 업종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겉으로 보면 정유회사 같지만 실제로는 다른 영역인 자동차용 배터리, 석유화학 등의 사업군을 영위하고 있다. 제일모직도 출발은 섬유지만 현재 전자소재, 수(水) 처리 등 이종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며 국내 정유업종의 대표주자 가운데 하나인 GS칼텍스는 탄소섬유 등 섬유 분야로 진출을 꾀하는 등 회사 이름만 갖고 업종을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신사업 등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기존 사업 분야가 아닌 이종 영역 진출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복합기업' 형태로 탈바꿈하고 있다. 복합기업이란 경영학적 정의로 자사의 고유 업종과 관계 없는 이종 산업 진출과 인수합병 등을 통해 1개 기업이 여러 상이한 사업군을 운영하는 형태를 말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사 업종을 구분하기 어렵다.

세계적으로는 GE가 대표적 복합기업이다. GE는 수 처리를 포함해 에너지 관리 등 환경 관련 산업은 물론 항공, 운송, 헬스케어, 금융 서비스 등 수많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이를 복합기업으로 칭하고 있다. 복합기업은 이종 산업 진출을 통한 미래 사업 발굴과 경영 다각화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문어발식 확장과는 다른 개념이다.


해외 글로벌 기업의 복합기업화는 현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의약품으로 유명한 존슨앤드존슨도 비제약 부문 진출을 늘려나가고 있고 유통 체인의 대명사인 월마트가 제조업에 진출하는 등의 대표적이다.

관련기사



고유 업종을 오랜 기간 고집해왔던 일본 산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자동차ㆍ전자 등 기존 영역의 산업 사이클이 수명을 다하면서 최근에는 전혀 다른 이종 산업으로 진출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기업의 복합기업화는 이종 산업 진출을 통한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보기술(IT)ㆍ전자업이 주력인 LG전자가 수 처리, 태양전지, LED 조명 등 다른 분야로 나서고 있고 철강 업종의 선두주자인 포스코는 소재 개발로 이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중공업계가 풍력발전 터빈과 엔진 개발에 나서고 종합상사들이 유전개발에 나서는 것 등이 단적인 예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미래를 위해 기존의 강점을 활용해 타 업종에 들어가는 우리 기업들이 늘면서 GE 형태의 복합기업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일단 기업 규모를 키우고 늘려보자는 식 등 일부에서 이야기 하는 무분별한 확장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철강ㆍ조선ㆍ자동차 등 주력 산업들의 제품 사이클이 일정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며 "결국 살아 남기 위해서는 이종 산업 진출이 필요하고 이 같은 현상도 우리 기업의 복합기업화를 촉진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합기업화는 다른 경쟁의 개념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가 동종 산업이 아닌 다른 산업에서 나오는 현상이 그것이다. 제약업종의 최대 경쟁자는 제약회사가 아닌 의료기기ㆍ바이오제약 등을 추진하는 삼성전자가 될 수 있다. 수 처리 산업의 경쟁구도 역시 건설업체끼리보다는 건설 대 전자업종 간의 대결도 예상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복합기업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의 경쟁 개념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며 "한 예로 여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GE가 국내 다수의 기업과 경쟁하는 등 경쟁의 개념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