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는 조의만 보내고 민간에겐 조문단의 방북ㆍ조의 표명을 허용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
김정일 사망 이틀 만인 20일 정부가 공식적으로 조의를 표명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조문을 허용한 데 이어, 사흘 만인 21일 민간단체나 개인의 조전을 보내는 것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지난 1994년 김일성 사망 때 정부 차원의 조문 문제를 놓고 오랜 시간 고민 했던 것과는 달리 현 정부 들어 남북경색이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신속히 결정을 내놓았다.
이는 지난 1994년 김일성 사망 때 정부 차원의 조문 문제를 놓고 국론이 분열되는 양상을 사전에 일찌감치 차단하려는 속내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국민정서는 좌우로 나뉘어 상당기간 마찰음이 있었고 국론이 분열되는 혼란을 초래해 결국 정부는 조문과 조의를 금지했다. 따라서 이번에는 비록 북한과 천안함ㆍ연평도 사태가 오랜 기간 경색국면을 이어오고 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국민적 통일염원을 감안한 북한 끌어 안기 위한 차원에서 조문단과 조의 표명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조문을 하지 않고 민간을 활용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한 실리를 택했다. 보수 세력들을 의식해 공식적인 조문단을 보내지 않는 대신 통일에 대한 국민정서를 반영해 조의를 표명하면서 북한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또 민간차원에서는 북측이 조문을 왔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정몽헌 전 회장의 의 부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 조문 방북을 허용하는 동시에 민간단체나 개인 차원의 조전 보내는 것을 허용했다.
최보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간단체나 개인이 팩스나 우편 등으로 조의문 발송을 허용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통일부에 대북 접촉 신청을 해야 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신청을 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또한 국론분열을 신속히 차단하며 남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호감도를 높이는 방안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김정일 위원장 사망 전 북미 접촉으로 북핵 6자 회담 재개가 가시권에 들어왔던 점을 고려해 김정은 체제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남북대화 물꼬를 트기 위한 조치로 이번 조문을 허용한 또 다른 속내로 보인다. 북한 전문가들은 정부가 조문 방북을 허가한 것 자체가 김정은 후계체제 안정화를 바라는 정부의 메시지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21일 "정부의 전반적인 대응이 김일성 주석 사망 때보다는 북한을 많이 배려하는 것 같다"면서 "이번 조문 허가가 남북관계 개선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