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 미 대통령 선거는 클린턴의 압승으로 끝났다. 미국 경제가 지난 수년 동안 호조를 보여 왔고 또 21세기를 대비하고 있는 젊은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압승의 요인이었던 것 같다.클린턴 집권 2기의 통상 정책은 지난 4년간 추진해 왔던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질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즉 자유공정 무역을 추구하되 다자간 협의 과정을 중시하며 만일 다자간 질서가 여의치 않을 경우 슈퍼 301조나 혹은 양자간 협정 등을 통해 압력의 수단도 불사하는 방식을 쓸 것 같다.
○젊은 대통령 주효
우선 다자적 차원에서 미국의 통상 정책을 조망해 보려면 클린턴이 미 의회와 어떤 정치적 조화를 모색해 내느냐를 내다보아야 할 것이다. 선거 결과에 의하면 지난 94년에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공화당이 양원을 장악할 것이므로 의회가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대외 정책의 신속 승인 권한(Fast Track Authority)을 따내기 힘들 것으로 보이나 양당간의 합의가 있을 경우 새로운 다자간 규범을 만들어 내는데 적극성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즉 WTO(세계무역기구)에 아직도 미결로 남아 있는 금융서비스 규범과 기본통신 협정을 끝내려 할 것이며 또 정보기술협정(ITA)의 제정을 위해 아태경제협력기구(APEC)나 세계무역기구에서 기선을 잡으려 할 것이다. 그 외에도 정부조달 협정에 부패 및 뇌물 수수 방지 규정을 도입하고 무역환경협정을 추진하며 노동과 무역의 연계를 시도하고 중국의 WTO 가입 등의 과제에서 미국이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전망된다.
○통상압력 가속
지역주의에 대한 대응 자세에 있어서도 미국은 최근 수년간의 정책을 고수하면서도 좀 더 강력한 힘의 외교를 전개하지 않을까 전망된다. 즉 북미 자유무역협정에 환경과 노동 기준을 추가시키려는 노력을 강화할 것이며 또 칠레의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아태경제협력기구의 경우 금년 11월 25일 마닐라에서 열리는 정상 회의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 작년에 부통령을 대참시켰던 일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에이팩의 결속 강화에 한층 더 적극성을 띨 것으로 판단된다.
북·중·남미를 잇는 전 미주 자유무역지대 형성을 가속화시킬 것이며 유럽연합(EU)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개방적 지역주의를 요구하면서 금융·통신·농산물 등 분야에서 지속적인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쌍무적 관계에서는 중국·일본 등 무역 흑자국들에 시장 개방 확대를 위한 각종 협상을 벌일 것이며 또 수출 주도형 개도국들에 대해서도 WTO가 포함치 못하고 있는 각종 분야에 있어서 쌍무적 협상을 새로 벌여 나갈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통상 정책도 시장 개방, 공정 교역, 투명성 제고 등 종래에 제기했던 과제들을 계속해서 들고나올 것이나 일본의 경우와 달라 우리가 무역수지 적자국이므로 전반적인 압력보다는 개별 분야에서 협상을 벌일 것 같다. 또한 우리 제도의 선진화를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각종 권고안을 내어놓을 지도 모른다. 금융 산업에 관련된 제도 및 노사 관련 제도, 환경 제도 등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다.
○차·통신 집중공세
또한 개별 산업 차원에서 자동차 시장의 지속적 개방, 통신 시장에의 접근 확대, 지적재산권 보호의 강화 등을 모색할 것이며 주류 시장 확보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구사할 지도 모른다.
클린턴 재선이 우리의 대외경제정책의 기본 구도에 크게 영향을 미칠 사항은 없다. 다만 선진형 경제로 탈바꿈해 나가려는 우리의 의도가 미국 정부에도 잘 알려짐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나 마찰이 없도록 양국간에 긴밀한 대화와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미국과 이미 체결한 각종 무역 협정이 성실히 이행되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경주하는 것도 양국간 신뢰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미국은 연전에 「무역협정 이행 감시 기구」를 무역대표부에 신설해 놓고 불성실한 국가들을 WTO에 제소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중이며 클린턴이 새로 임명하게 될 무역대표부 대표(현재는 공석중임)가 이를 위해 무언가 획기적이고 강력한 제도를 고안해 내지 않겠느냐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물론 이상에서 조망한 클린턴 2기의 통상 정책은 미국 경제의 전반적 상황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다. 미국의 양대 적자 규모가 계속 축소되어 가고 경제 성장도 계속 견실하다면 대외경제정책의 기조를 구태여 강경쪽으로 선회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역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