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선진국들이 G7(선진 7개국) 회의에서 세계경제와 관련, 내수시장 주도의 성장전략 쪽으로 선회함에 따라 앞으로 상당기간 엔저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들 선진국들이 사실상 엔저를 수용하는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의 경제회복엔 적지않은 부담 요인이 등장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도 국제외환시장 안정과 관련, 목표환율제 도입 등 구체적인 성과물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다만 금융안정화 포럼을 창설하고 주요 선진국간의 정책협조를 약속한 것은 국제금융계의 불안을 진정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게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수 위주의 성장전략 채택= 미국측의 주장대로 일본과 유럽이 내수 위주의 경제성장에 주력하는 방안이 채택됐다.
성명서는 『G7은 외부의 불균형을 줄이고 신흥시장의 경기회복을 위해 각 회원국들이 국내 실정에 바탕을 둔 성장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과 유럽이 내수진작을 통해 세계 경제성장 및 번영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미국이 그동안 세계경제의 유일한 안전판으로서 작용했지만 더이상 이를 감내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일본과 유럽의 책임론을 강력히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1,686억 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등 미국이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권에 진입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미 행정부 내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측은 회의석상에서도 막대한 무역적자를 들어 다른 선진국들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과거의 경제정책을 변경, 통화량 확대정책을 고수하면서 엔화 약세를 통해 수출시장 확대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시장 안정화 방안= 달러와 엔화, 유로화 등 각국 통화간에 일정한 환율범위를 정해 국제 외환시장의 안정화를 달성하자는 「목표 환율대」구상은 각국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이번에도 좌절됐다.
미국측은 인위적인 시장개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과제로 연구하자는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켰다.
다만 국제통화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고 주요 국제통화간의 환율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자는 내용만 합의됐을 뿐이다.
금융안정포럼 창설도 구속력이나 회의내용 면에서 아시아 등 신흥시장 국가의 금융시장 안정에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긴 힘들 전망이다.
◇신흥시장 개혁 촉구= G7은 성명서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이 금융 안정성을 회복하고 경제성장을 위한 기초를 강화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에 대해 적극적인 환영의사를 표시했다.
또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에 대해서는 구조개혁과 거시경제 발전전략을 적극적으로 채택하도록 요구했으며 러시아의 경우 개혁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밖에 제3세계 빈국들의 부채탕감 문제도 논의, 오는 6월 독일 쾰른의 정상회담에서 최종안을 결정짓기로 했다. 【정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