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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이동통신사 최고경영자(CEO)에게 불법 보조금 근절과 단말기 출고가 인하, 통신비 부담 완화 등을 직접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이통사 CEO들은 원칙에는 공감했지만, 각론에서는 난색을 표했다.
최 장관은 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과 조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주문했다.
최 장관은 "CEO로서 책임지고 보조금 방지 세부계획을 수립해 국민에게 약속하고, 차질 없이 추진하라"며 "불법 보조금을 근절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대국민 발표를 하라"고 요구했다. 이통3사는 정부의 영업정지와 과징금 처분에도 불법 보조금 경쟁을 멈추지 않아 영업정지 등 제재를 앞둔 상황이다. 최 장관은 "45일 이상의 영업정지 기간에도 보조금 경쟁을 하면 징역 3년 이하, 1억5,000만원 이하 벌금 등 CEO의 거취와 기업에 직결되는 엄벌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보조금에 쏟는 돈을 통신서비스 품질 제고 등 본질적인 경쟁에 돌리고 사물인터넷·빅데이터 등 신산업 창출에 주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최 장관은 단말기 출고가 인하도 요구했다. "출고가가 상당히 부풀려져 있고 같은 제품이라도 국내외 가격이 상당한 차이가 난다"며 제조사와 협의해 조정할 것을 주문했다. 또 중저가 단말기를 출시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줄 것과 '공짜폰'으로 소비자를 현혹한 후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등의 소비자 기만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통신비 인하를 요구했다. 세부적인 방안으로는 데이터 제공량 30% 추가 제공, 모든 스마트폰 요금제에서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허용, 피처폰용 데이터 요금 인하, 데이터 중심 요금제 전환, 선택형 요금제 다양화 등을 제시했다. 또 스마트폰 정액요금제를 높게 설정한 후 할인해서 낮춰주는 '요금 부풀리기'를 하지 말고 처음부터 할인이 적용된 요금제를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선불요금제 통화요율 인하, 롱텀에볼루션(LTE) 선불 데이터 요금제 출시, 유심(USIM) 가격 인하 등도 제안했다.
이통사 CEO들은 보조금 근절과 경쟁을 유발한 사업자에 대한 엄벌, 그리고 단말기 출고가 인하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데이터 제공량 확대, 유심 가격 인하, 정액요금제 부풀리기 완화 등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보조금 재원을 국민 편익으로 돌리려고 노력하겠다"며 적극적인 협조의 뜻을 전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취임 후 두 달 동안 지켜보니까 보조금과 관련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보조금 근절 없이 IT 강국의 비전은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보조금 문제의 근본은 점유율 경쟁"이라며 "업계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