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은 당시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평가단 회의에서 소신 발언을 하던 고인을 눈여겨 봐 살무경험이 없음에도 재무부 장관에 파격 임명했다. 고인이 서강대 교수 시절 출간한 ‘가격론’을 본 박 전 대통령이 “경제정책에 상당히 비판적이던데 어디 한 번 직접 맡아 해보라”고 제의한 일화는 지금도 관가에서 회자된다.
고인은 ‘경제계 1세대 원로’로 꼽힌다.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거쳐 1980년 제14대 국무총리에 임명돼 2년여간 활동했다. 이후 3·4·5 공화국을 거치면서 14년간 여러가지 다양한 위치에서 경제문제에 관여하며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다.
박 전 대통령과 맺은 인연은 대(代)를 이어 박근혜 대통령 때도 이어졌다.
17대 대선이 있던 지난 2007년 1월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으며 경제자문단의 좌장을 맡아 경제정책에 대한 조언을 했다. 당시 경제자문단에는 성균관대 교수 출신인 안종범 의원,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의 남편인 김영세 연세대 교수, 김광두 서강대 교수 등이 있다. 이들은 나중에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 합류해 지난해 18대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으로 활약하며 대선 승리에 힘을 보탰다.
박 대통령 의원 시절 후원회장을 맡기도 한 고인은 지난 3월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마련한 국가원로 오찬에 참석했다. 당시 고인은 원로그룹의 지혜를 구하는 박 대통령에게 "민주주의 가치와 시장경제 준수를 미래세대에 잘 교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까지 한일협력위원회 회장을 맡았던 고인은 지난 1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을 갖고 '조만간 박 대통령이 취임하는 것을 계기로 상호 협력을 모색하면서 한일의 장래를 위해 노력하자'는 아베 총리의 뜻을 박 대통령에게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