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는 살아나는가

주가가 720선을 넘어가면서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를 가장 빨리 벗어나고 있다. 작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장래의 경제에 대하여 비관적인 견해를 가진 것이 사실이었으나 이제는 경기의 회복세에 대하여 긍정적인 사람이 많아 보인다. 국내외 기관들도 금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4% 내외로 상향조정하여 발표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경제가 선순환구조로 회귀했다는 사실이다.외환위기 직후에는 실물부문에서 내수위축과 수출부진으로 기업의 부도와 도산이 증가하였고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자산가격이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금융부문에서는 이 영향으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급증하고 대출기피 현상이 심화되어 신용경색이 야기되었으며, 이는 또다시 기업의 부도와 도산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였다. 이러한 악순환구조가 작년 4·4분기에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면서 선순환구조로 바뀌게 되었다. 이 변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바로 금리하락이다. 작년 가을이후 큰 폭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금리하락은 외환위기 직후 고금리하에서 금융권에 집중되었던 자금이 증권이나 부동산 쪽으로 이동함으로써 자산가치를 회복시키고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작년말 이후 대형승용차 등 내구소비재의 소비가 증가하고 백화점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바로 자산가치 회복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자산가치 회복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완화시키고 건전성을 제고시키며 신용경색을 해소시키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금리인하가 기업의 금융비용 경감과 채산성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편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권의 구조조정도 신용경색 해소와 경기회복에 도움을 주고 있다. 시중은행 구조조정이 작년말로 일단락 되면서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크게 향상되었고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면서 신용경색도 눈에 띄게 해소되고 있다. 그리고 작년 가을 이후 정부가 적극 실시하고 있는 경기진작책의 효과도 경기회복세의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산업생산과 출하가 늘어나고 소비회복과 함께 각종 경기예고지표들도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어 경기회복세가 이어질 것임을 짐작케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상의 호전과는 달리 아직 많은 사람들의 체감경기는 뚜렷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로는 우선 지표상의 호전속에 작년에 워낙 나빴던 것에 대한 수치상의 반등 부분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대부분 지표의 호조속에는 실제로 경기가 좋아져서 호조를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이보다는 아직은 수치상의 반등 부분이 오히려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경기회복이 제조업 전반에 나타나고 있지 못하고 전자부품·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건설업이나 서비스업종에서는 아직 경기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체감경기의 회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확산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려움이 상존하고 있다. 우선 금년에는 수출여건이 좋지 않다. 작년에는 내수가 극히 부진한 가운데서도 수출은 원화가치의 대폭적인 하락과 기업과 정부의 총력전으로 물량면에서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하여 경제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금년에는 원화가치 상승과 선진국의 수입규제강화 등으로 수출물량을 늘리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향후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가늠하는 설비투자도 아직 본격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실업증가도 큰 문제로써 현재 경기는 나아지고 있다고 하나 실업률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어려움이 상존해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경기회복세의 확산을 유지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수출증대를 위한 총력적인 노력과 함께 신산업부문에 대한 본격적인 설비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신산업분야의 발전을 위해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신산업분야에서 전략적인 선도업종을 선정하여 많은 중소벤처기업이 창업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창업지원을 위해서는 이스라엘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공 벤처펀드인 「오즈마 펀드」를 벤치마킹하여 대규모의 공공벤처펀드를 조성하고 향후 2년간 2만~3만개의 중소벤처기업이 태동될 수 있는 지원체제를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다수의 중소벤처기업의 창업이 경기회복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관련산업과 서비스산업에 전·후방 연관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때 사양산업의 쇠퇴로 발생한 산업의 공동화된 부문을 메우면서 소득이나 일자리가 창출되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그리고 기존 제조업은 80년대의 미국기업들과 같이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지식경영을 도입하고 세계의 일류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지구촌 경제의 무한경쟁시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21세기형 기업으로 거듭 나야 할 것이다. 경제살리기는 기존산업의 지식경영과 함께 신산업분야의 발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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