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집이나 손님을 초대한 곳에 가보면 흔히 주고받는 인사말 중의 하나가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렸다」는 것이다.초대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차리는 것이 손님에 대한 극진한 예우이며, 손님은 초대에 대한 감사표시로 빠뜨릴 수 없는 예의표시이다. 그런데 우리의 이같은 푸짐한 상차림문화는 먹는 것이 삶의 중요한 부분이던 시절에는 초대한 사람의 후덕한 인심 표현으로 하나의 미덕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지금 이런 문화는 우리가 겪고 있는 「쓰레기 대란」의 주범으로, 주부들에게는 스트레스를 넘어 전쟁단계로 접어 들었다고 하니 과히 음식물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음식물쓰레기는 쉽게 부패돼 악취를 풍기고 침출수는 토지를 오염시키는 등 그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다 보니 쓰레기처리장에서도 물기있는 음식물 쓰레기의 반입을 금지하는 등 이의 처리를 둘러싼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만들어 재활용한다든가, 건조시켜 버린다든가 하는 등 나름대로의 지혜로운 방법으로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비자보호원에 의하면 상당히 많은 주부들이 식품을 너무 많이 샀다든가, 오래됐다든가 해서 그냥 버린 경험이 있다고 한다. 반면 미리 식단을 작성하여 계획적인 식품구매를 하는 주부는 조사대상의 9.7%에 불과하다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사실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분리수거하여 양을 줄인다거나 사료·퇴비 등으로 만들어 재활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은 되도록 음식물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음식물쓰레기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모두의 상황인식과 상차리기 문화에 대한 인식의 일대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도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맞아 「풍성한 상차림」이 더 이상 후한 인심의 표현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이제 푸짐한 음식대접이 손님에 대한 극진한 대접이 아니란 것을 인식, 필요한 만큼 구매하고 먹을 만큼만 조리하는 합리적인 식탁문화 실천에 모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