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안내표시판/김승경 중소기업은행장(로터리)

지난 주 회의 참석차 일본에 다녀왔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들른 김포공항은 입국자와 출국자, 그리고 출영객들로 잔뜩 붐비고 있었다. 갈 때마다 사람들로 더욱 붐비는 김포공항의 모습이야말로 세계화, 국제화를 지향하는 우리 국력을 확연히 가늠해 볼 수 있는 상징적 공간임을 실감하곤 한다.필자는 공항에 자주 나가는 편이지만 김포공항이 워낙 넓고 부산하여 그 안에 들어서면 아직도 여기저기 두리번거린다. 그때마다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각종 표시판이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해 준다. 물론 조금 더 개선해 주었으면 하는 부분도 있지만 공항 내 각종 시설의 위치나 비행기의 이착륙 현황, 시간 등을 알리는 안내표시판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곤 한다. 하긴 이러한 안내표시판이 공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백화점, 공공기관은 물론 도로와 주차장 등 사람이 움직이는 곳이면 어디를 가나 안내표시판이 설치되어 있게 마련이다. 공공 시설뿐 아니라 요즘은 사람이 자주 다니는 산에도 안내표시가 잘 되어 있다. 등산을 하다가 지루할 무렵이면 이정표가 나타나 원하는 방향을 찾을 수 있게 해 주고, 정상까지 남은 거리를 표시해 놓아 소요되는 시간을 짐작케 해주곤 한다. 특히 요즘은 웬만한 산에만 가면 자연보호단체나 민간산악회에서 등산로를 알리는 색색의 리본을 나뭇가지에 매어 놓아 등산객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런 산을 오르면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친밀하게 동행하는 기분이다. 이 모두를 우리가 세금을 내고 돌려받는 당연한 대가쯤으로 여기면 그만이지만 공항의 직원들이, 공무원들이, 또는 산악회 회원들이 이런 표시판들을 설치해 주지 않는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 얼마나 불편할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볼 일이다. 이 사람들은 표시판을 설치하며 다른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알맞은 위치를 이모저모 따져보고, 글자의 크기와 모양도 꼼꼼히 고려하였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이러한 작은 손길에 의해 지탱되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이 세상은 남을 위해 일을 하는 따뜻한 손길이 곳곳의 안내표시판만큼이나 많이 있으며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이들의 신세를 지며 살아가게 되어 있다. 다만 이것을 우리가 의식하는가 하지 않는가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불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공항의 안내표시판 앞에 선다든가, 또는 등산길에서 나뭇가지에 달린 리본을 발견할 때만이라도 이 사회가 던지는 훈훈한 온기를 느껴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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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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