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1심에서 이미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난 유우성(34)씨의 혐의를 입증하겠다고 야심 차게 내놓은 문서 3건을 스스로 철회함에 따라 공소유지를 담당한 검찰과 관련 자료를 제공한 국가정보원 모두 신뢰도에 타격을 입게 됐다.
아울러 유씨 수사를 담당한 검사를 비롯해 지휘 라인에 대한 책임론도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27일 "문서위조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에 있어 3건의 증거가 모두 위조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진정 성립을 의심할 만한 여러 사정이 있고 이를 입증할 자료를 더 이상 확보하기 곤란해 3건의 문서와 이에 관련된 공문 등 여타 증거를 함께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한 공소유지는 강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서 3건은 중국 허룽(和龍)시 공안국에서 발급했다는 유씨의 출입경 기록과 이 기록이 '허룽시에서 발급된 것이 맞다'는 허룽시 공안국의 사실조회서, 변호인이 증거로 제출한 삼합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서)의 정황설명서에 대한 반박 내용을 담은 삼합변방검사참의 답변서 등이다.
검찰은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문서가 위조됐다는 유씨 변호인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전산전문가인 대학 교수를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신청하는 등 강공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튿날 국정원 협조자 김모(61)씨 수사 등을 통해 제출된 문서가 위조됐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위조되지 않았다는 증거는 찾기 어려워 결국 검찰로서도 문서가 위조됐다는 유씨 측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사실상 문서위조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유씨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뿐만 아니라 수사를 지휘했던 수뇌부에 대한 책임공방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검찰이 보강증거를 추가로 제출하는 등 공소유지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핵심 증거인 여동생 진술의 신빙성을 통째로 배척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기 위해 검찰 조사와 증거보전 절차 당시 여동생의 진술을 녹취한 CD를 제출할 방침이다.
검찰이 증거를 철회한데다 탈북자 정착지원금을 부당 수령한 혐의에 사기죄를 적용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기로 한 만큼 항소심 재판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재판부는 당초 28일 공판에서 심리를 마칠 계획이었으나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위해 기일을 추가로 지정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