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와 유사점이 있는 케네디가 좋아해 그 인기에 열기를 더 한 본드영화는 많은 신조어와 유행을 만들어냈다. 하나 같이 팔등신 미녀들인 본드 걸과 애스턴 마틴으로 등장한 본드 카 그리고 보드카 마티니와 새빌로우에서 만든 턱시도.
본드 시리즈에서 본드에 버금 갈 정도로 멋있는 인물은 본드를 괴롭히는 '본드 악인들'이다. 본드는 아마도 이들이 없었더라면 평범한 술꾼 플레이보이에 지나지 못했을 것이다.
본드 악인들은 대부분 남자인데 제23편인 '스카이폴'에 이르기까지 3명의 여자 악인들이 나온다. 본드의 최초의 여자 적수는 '007 위기일발'에 나오는 살인파괴 용역단체 스펙터의 아주머니 킬러 로사 클렙(로테 레냐). 로사는 구두 앞꿈치에서 튀어나오는 독침으로 사람을 잡는데 본드도 이 때문에 혼이 난다. 나머지 두 여자 악인은 소피 마르소('월드 이즈 낫 이너프')와 로사문드 파이크('다이 어나더 데이').
한국계 릭 윤도 본드 악인으로 나왔다. 그는 '다이 어나더 데이'에서 남침을 시도하는 북한군 대령(한국계 윌 윤 리)의 하수인으로 나왔다가 본드에 의해 비명횡사한다.
그런데 본드와 그의 악인은 유사한 데가 적지 않다. 둘 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형이자 고독자들로 킬러 본능을 즐기고 또 늘 그들의 옆에는 늘씬한 미녀들이 있다. 본드는 말하자면 늘 어두운 또 다른 자신과 싸우는 셈이다.
본드 악인들로 카리스마와 사악한 멋을 갖춘 자들로는 냉소적인 황금광 골드핑거(게르트 프뢰베)와 '리브 앤 렛 다이'에서 황소 눈과 거구에 저음으로 사람 겁주는 흑인 미스터 빅(야펫 코토) 그리고 본드만이 세상에서 유일한 자신의 적이라고 간주하는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의 프란시스코 스카라만가(드라큘라 역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리)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공포와 매력을 함께 지닌 가장 치명적인 본드 악인은 '007 위기일발'에서 스펙터의 킬러로 나오는 레드 그랜트(로버트 쇼)다. 그랜트는 금발에 준마처럼 탄탄한 체구를 지닌 찬피동물의 결정체로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마치 파리 잡듯 살인을 한다. 그가 달리는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객실 안에서 본드와 격투를 벌이다 본드의 단도에 찔려 죽었을 때 섭섭한 마음마저 들 정도다.
